'기소 유보 이첩' 공수처 vs 檢…"공수처법을 손봐야"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 2021.05.05 16:4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제정한 사건사무규칙을 두고 공수처와 검찰 사이 의견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의견을 내면 검찰 반박이 나오고 공수처가 여기에 반대 의견을 내는 모양이다. 전문가들은 공수처법이 허술해서 생긴 문제라며, 법을 먼저 손봐야 교통정리가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정공소권 유보부 이첩' , "오히려 공수처법에 반해"


(과천=뉴스1) 황기선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6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1.4.26/뉴스1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제정한 사건사무규칙(이하 규칙)을 3일 공표했다. 규칙은 공수처의 사건 이첩 권한, 영장청구권, 피의자 면담시 기록을 남기는 등 규정을 담고 있다. '사건 관계인 인권 존중' '가혹행위로 얻어낸 자백 증거 사용 불가' 등 조항 인권 보호 조항도 담았다.

다만 그동안 논란이 된 '공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이 그대로 담겨 검찰에서 강한 반대 의견이 표출됐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마친 후 사건을 재이첩하면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최종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규칙은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할 경우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모든 범죄에 대한 공소제기권을 보장받는 만큼 검찰이 기소를 강행해도 이를 제한할 수단은 없다. 대검찰청은 공수처 발표 다음날인 4일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담은 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며 "뿐만 아니라 우리형사사법체계와도 상충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주장하려면 공수처법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법상 이첩 대상은 '사건'이어서, 한 번 이첩했으면 이첩 받은 기관이 가능한 권한(검찰의 경우 기소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을 근거는 없다"며 "소위 '수사권만 이첩하고 기소권은 주지 않겠다'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은 오히려 지금 공수처법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규칙은 대통령령에 준하지 않아, 검사 범죄 영장청구는 공수처에 해야"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공수처는 '규칙이 대통령령에 준한다'는 입장을 밝혀 검찰과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검찰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규칙은 공수처 규칙에 국민의 권리, 의무 또는 다른 국가기관의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규정한 것은 우리 헌법과 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무상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공수처는 규칙의 법적 효력은 어디에 근거하나라는 질문에 "공수처법 아래에 있고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법 근간이 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서는 공수처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수처의 제도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를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는 것으로 수정돼 (지금 법 형태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백 의원안 제45조는 '이 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 수사처(공수처)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백 의원 안이 의도한 바를 현재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 법에 이 규정이 없는 만큼 공수처 입장에도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고 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헌법재판소는 공수처를 중앙행정기관이라고 판단했다"며 "행정부 소속이되 수사 기능이 독립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도 다른 중앙행정기관처럼 대외 영향을 미치는 규정은 대통령령으로 명시적으로 만들도록 해야 한다"며 "결국 공수처법이 허술해서 생긴 문제인데, 공수처가 국회에 규칙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 개정을 요구하고, 그 뒤 규칙이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져야 적절하다"고 했다.

'검찰 비위' 사건 영장 신청에 관한 의견도 갈린다. 대검은 경찰이 검사의 범죄에 대해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하도록 규정한 것이 형사소송법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대검 주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것"이라며 "헌재가 인정한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

승 연구위원은 "공수처 주요 설립 취지가 검찰청 검사 범죄 수사·기소"라며 "이 범죄를 기소하고 재판을 진행할 공수처에 경찰이 영장청구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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