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에 긴장감 맴도는 유통가...'무엇이 터질지 모른다'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 2021.05.05 13:56
GS25에서 지난 1일 공개한 '캠핑' 관련 포스터(왼쪽)와 지난해 6월 공개한 '군' 관련 포스터(오른쪽)/사진= GS25 제공 사진 갈무리
최근 편의점 GS25를 둘러싼 '남성 혐오' 논란이 불거지면서 유통업계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홍보 담당자들은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운 모습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슈가 터질 수 있어 답답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젠더갈등'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의 '남혐' 의혹 포스터가 논란이 된 이후 유통업계 전반에 '젠더갈등' 이슈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다른 유통업체들에게까지 '남혐' 의혹이 번지면서 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은 GS25가 지난 1일 공개한 '캠핑가자' 이벤트의 포스터에서 시작됐다. 당시 GS25가 SNS에 게시한 포스터엔 소시지를 집으려는 손 모양의 일러스트가 담겨있었고 '캠핑가자' 문구 옆에는 'Emotional Camping Must-haver Item'이라는 영어 문구도 함께 있었다.

별 문제 없어보였던 캠핑 포스터는 남성 중심 인터넷 커뮤니티에 언급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소시지와 손 모양 일러스트가 극단주의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그림과 비슷하고 영어 문구의 끝 글자를 조합하면 'megal'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GS25는 문제가 커지자 다음날 사과문을 통해 오해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명했지만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는 GS25 '불매운동'까지 진행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공개했던 '군' 관련 포스터가 재조명되면서 GS25와 군부대 계약을 해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GS25에서 시작한 '남혐' 논란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동종업계인 CU와 세븐일레븐은 '허버허버', '오조오억번' 등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남혐 용어'로 지목된 표현들을 사용해온 점이 언급되며 비판을 받는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역시 홍보 포스터에 GS25와 동일한 형태의 손 모양을 넣었는데, 이것이 남혐을 의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계는 혹여나 젠더이슈 불똥이 튈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젠더갈등 이슈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오해를 살 수 있는 기존 홍보물을 수정하거나 게시할 홍보물을 사전 점검하는 등 검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 유통업체는 홍보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마트24도 홍보 포스터 속 남성의 손 모양을 수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답답하다" ... 전문가 "젠더이슈에 민감해야"


긴장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제된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수를 강화한다고 해도 의외의 요소에서 젠더갈등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내보낸 홍보물에 혹시라도 젠더 이슈와 연관된 요소들이 들어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최대한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이슈에 휘말릴 수 있어 걱정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엄지와 검지를 사용한 홍보물을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며 "앞으로 또 어떤 홍보물이 젠더이슈에 빠질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도 GS25 등 최근 논란이 된 포스터가 남혐을 의도했다는 주장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집게 손 모양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남혐 사이트에서만 사용해온 것이 아니란 주장이다. 기업 입장에서 특정 성별을 옹호·비하하는 의미의 홍보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남성 고객의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남혐 포스터를 고의로 올릴 이유가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무신사도 지난 3일 "손의 이미지 구도는 오랜 기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작은 물건을 잡는 이미지에서 일반적인 구도로 활용돼 왔다"며 "우연의 일치를 두고 혐오 의식을 가졌을 것이라 낙인찍은 후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비난하는 것은 부디 멈춰주길 부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젠더갈등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마땅하지만 비의도적으로 발생한 문제라면 사과를 받아주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젠더갈등이 심화하면서 이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기업들도 포스터가 대중에게 노출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젠더갈등 상황을 조금 더 예민하게 바라보고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고 내보내야 한다"며 "기업이 의도를 가지고 포스터를 제작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부주의로 생긴 문제의 경우엔 기업을 너무 매도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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