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들에 '자금세탁방지(AML)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연합회는 가이드라인에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조직 내부 통제 체계·규정·인력의 적정성 △대주주 구성 △취급 자산(코인 등)의 안전성 △재무적 안정성 등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은행들은 연합회 가이드라인에 자체 심사 장치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요구의 인물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거래 전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의심거래 보고체계 △자금세탁방지(AML)전문 인력 확보 여부 등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200여개에 달할정도로 가상자산 거래소가 난립한 상황에서 은행들의 깐깐한 심사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상대로 고강도 옥석 가리기에 나선 건 3월부터 시행된 새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때문이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했다. 이때 은행은 실명 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거래소를 평가해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내 어떤 곳도 은행에 평가 지침을 내려보내지 않았다. 사실상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종합 인증 책임을 떠안은 셈이다.은행들로서는 경영 투명성과 각종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자금력까지, 심사 문턱을 한껏 끌어올려 은행으로 전이될 수 있는 최소한의 위험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로서는 단순히 판매 중개를 했을 뿐인데 부실 책임을 져야 했던 '사모펀드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얼마 되지 않는 수수료 때문에 부실 거래소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정 특금법 유예기간은 9월 말까지다. 이때까지 거래소들은 은행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군소 거래소는 물론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등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부정적 견해가 은행 심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할 수 없다"며 "200여개 거래소가 있지만 9월 말까지 등록되지 않으면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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