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미술품 기증할 것" 5년 전 한 삼성 고위 임원의 장담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 2021.04.28 20:10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정선의 인왕제색도. 1751년 작. 국보 제216호. 우리나라 진경산수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비온 뒤 인왕산 아래 엷게 물안개가 내린 모습을 지금의 종로구 청운동 인근 겸제 정선의 노년을 지낸 자택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이 회장이나 이 부회장 등 가족들은 국보급 미술품 등은 한 개인의 소장품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미술품을 사회에 기증할 생각입니다. 다만 그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회장이 쓰러지고 1년 여가 지난 2016년초 삼성 최고위 임원으로부터 들었던 그 일이 현실화됐다. 28일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세 납부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이 회장의 유족들은 이 회장의 상속 유산처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이 회장이 수집했던 미술품들(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처리였다. 그동안 미술품 가치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통로를 통해 정보가 흘러나왔지만 어떤 작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기증할 지, 규모는 얼마나 될 지 등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2조에서 10조까지 '리컬렉션' 가치평가 각양각색



이 회장 유족들은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다만 이 작품들의 가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는 작품을 감정평가하는 기관마다 가치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삼성은 3곳의 사설 미술품 감정기관에 가치평가를 의뢰했으나, 이 3곳에서의 감정평가액이 최소 2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까지로 큰 차이가 나 금액으로 미술품 기증 규모를 밝히기 힘들었다고 했다.

또 감정평가 기준과 달리 박물관이나 국세청의 평가도 다르고, 예상경매가도 달라 기증미술품 전체에 대한 규모는 어림잡을 뿐 정확히 계산이 안돼 이건희 회장의 상속재산 규모도 '20조원대 중후반'이라고 어림잡아 설명하고 있다.

미술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로 잡히느냐에 따라 이 회장의 상속 재산이 20조원대 중반이 될 수도 있고, 최대 10조원이라고 추정하면 30조원대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래서 기증 규모만 2만 3000여점으로 숫자로만 밝히고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는 게 유족 측 변호인들의 설명이다.



국보 14건 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김홍도 필 추성부도(金弘道 筆 秋聲賦圖). 1805년 작. 보물 제1393호. 중국 송대 구양수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단원 김홍도가 그림으로 그려낸 시의도(詩意圖)이다./사진=리움미술관, 한국데이터진흥원

국립박물관에 기증되는 미술품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 1600여점이 포함됐다.


또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할 예정이다.



호암도 가야금관 등 국보급 포함 1000여점 기증 선례


삼성의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이 보유한 국가지정 문화재. 가야금관(국보 제138호)/사진='리 컬렉션' 김영사 제공.

앞서 삼성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도 1000여점의 미술품을 문화재단에 기증하기도 했다.

호암은 1965년 당시 "개인생활 영위에 필요한 범위를 훨씬 넘는 본인의 재산을 계속 사유함으로써 사장·방치하느니보다 국가 사회를 위해 유용하게 전환·활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경제적 사정 때문에 학술 문화활동의 창달이 제대로 안된다면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며,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문화재단 설립의 이유를 밝혔었다.

호암은 1965년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10억원(현 시세로 약 383억,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의 기금을 출연한데 이어 1971년에 다시 자신의 재산의 3분의 1인 60억원을 문화재단에 추가로 출연했다.

뒤이어 1978년 당시 시가 50억원의 가야 금관과 고려 용두보당 포함 국보 7점, 보물 4점 등 총 1067점을 삼성미술문화재단의 경기 용인 소재 호암미술관에 기증해 일반에 공개했다.

재계 관계자는 "예술을 존중했던 호암이나 이 회장은 물론 미술을 전공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 부회장 등 가족들이 미술품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대규모로 기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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