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수의결권 주식을 둘러싼 기우

머니투데이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2021.05.03 05:30
정부는 작년 12월 비상장벤처기업에 한하여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인정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개정안을 두고 벤처업계와 벤처캐피탈업계가 복수의결권 주식의 도입을 찬성하고 있지만 몇몇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제기하다 보니 입법이 답보상태에 봉착해 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제2벤처 붐을 조성하기 위해 비상장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 입법을 서둘러 달라고 주문하였다. 그러나 반대하는 분들의 주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가?

1962년 상법이 제정된 이후로 1주 1의결권은 주식회사의 기본원칙으로서 강행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틀림없다. 반대론자들은 벤처특별법이 나서서 이 원칙에 대한 예외 내지 특례를 도입하는 것에 대하여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이 벤처특별법을 한번이라도 차분히 읽어 보았으면 이런 의구심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주지하다시피 상법은 주식회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도 1주 1의결권 원칙처럼 상법이 제정된 후로 한번도 수정되지 않았다. 대법원마저 어느 판례에서 일반의 주식회사를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영리법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벤처특별법에는 경제적 가치 이외에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소셜벤처의 설립을 명문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벤처특별법은 벤처창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상법에 마련된 여러 원칙에 대한 예외와 특례를 다양하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지금까지 벤처특별법에 상법에 대한 예외와 특례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가 왜 복수의결권 주식에 대해 거부감을 거칠게 드러내는지 알 수 없다.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이 대주주의 지배력 집중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는 벤처특별법상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의 전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벤처특별법은 복수의결권 주식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겹겹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벤처캐피탈로부터 일정한 규모 이상의 투자를 받은 후에 발행주식 총수의 75%의 동의를 얻어야만 이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때문에 무능한 경영진이 복수의결권을 발행하려고 하는 경우 벤처캐피탈이 동의할 리 만무하다. 설령 발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수명이 10년밖에 되지 않으며 중소벤처기업부에 그에 관하여 보고해야 하며 관보에 실리게 되어 있다. 이는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회사에 대하여 정부와 민간이 함께 감시?감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만약 벤처기업이 승승장구하여 더이상 중소기업이 아닌 경우와 재벌기업에 인수되어 그 계열사가 되는 경우에는 창업주의 복수의결권이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설계되어 있다. 또한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사망하여 자식에게 물러주게 되면 1주 1의결권 주식으로 전환된다. 게다가 감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도 1주마다 하나의 의결권만 주어진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떻게 현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권한집중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관해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지 않을까 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전전긍긍하던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기나라 사람의 걱정을 기인지우(杞人之憂)라 하고 우리는 이를 줄여 기우(杞憂)라 한다. 복수의결권 반대론자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기우와 뭐가 다른가? 아무쪼록 위정자 여러분은 이러한 기우에 귀 기울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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