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버섯·스테이크까지' 1인 가구의 대형마트 된 편의점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21.04.25 06:02

1인 가구 늘고 코로나19로 근거리 유통채널 뜨면서 편의점 각광

CU에서 판매 중인 채소류, 두부류, 양념류, 김치류 등. /사진=BGF리테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코로나19(COVID-19)로 '집콕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편의점 장보기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각 업체는 경쟁적으로 가성비 좋은 소포장 채소, 수산, 정육 상품군을 마련하고 전문 브랜드까지 출범시키는 모양새다.

2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편의점 업계도 함께 성장했다. 2010년 기준 국내 1인 가구수는 415만에서 2019년 615만명으로 증가했으며 총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30.2%에 달한다.

1인 가구에게 마트 장보기는 부담스럽다. 혼자 먹는 데 대용량은 필요 없고, 필요한 때마다 조금씩 사먹는 게 편하다. 이에 따라 소포장 상품이 많고 접근성까지 높은 편의점이 '1인 가구의 대형마트'로 거듭났다. 편의점 업계는 매년 점포수를 확대해 2019년 기준 4만600개가 넘는 점포 수를 확보했다. 서울 기준 편의점 간의 거리는 평균 100m로 어디서든 편의점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콕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편의점의 대형마트 기능은 더욱 강화됐다. 1인 가구 뿐만 아니라, 주부들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수요가 늘어서다. 또 '집콕족'이 증가하면서 한번에 많은 양을 사가는 이들도 늘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3곳의 2020년 1~10월 고객 1인당 월평균 구매액은 6260원으로 전년비 11.3% 늘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편의점에서 식재료를 사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멀리 있는 마트 대신 집 앞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분위기"라며 "식사용 빵은 물론이고 채소, 과일, 육류까지 선뜻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경쟁적으로 관련 상품군을 강화하고 나섰다. GS25, CU는 대형마트 수준의 다양한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이다. CU는 최근 채소류 전문 유통 채널인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와 손잡고 채소 상품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특히 유통 구조를 대폭 축소해 대형마트 대비 최대 55%까지 가격을 낮췄다. GS25도 엽채, 근채, 버섯, 나물 등 100여종으로 편의점 업계에선 가장 많은 상품군을 판매한다.


축산에도 힘을 주고 있다. GS25는 최근 스테이크를 팔고 있다. 미국 그레이터오마하의 토마호크스테이크와 티본스테이크로 각 2만9000원이다. 2020년 GS25의 수입육 매출이 전년 대비 105.3% 늘어난 데 따른 스테이크까지 내놨다.
세븐일레븐 '세븐팜' 전용존에서 한 고객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코리아세븐
세븐일레븐은 보다 본격적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2일 신선식품 통합 브랜드 '세븐팜'(Seven Farm)을 론칭했다. 세븐팜은 야채·과일·축산(육류) 뿐만 아니라 수산물까지 취급한다. 1~2인용 소용량 상품 중심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세븐일레븐은 연내 세븐팜 전용존이 있는 점포를 1000호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편의점 장보기 트렌드'를 선두에서 이끌어나가겠단 포부다.

식사용 빵을 구매해가는 이들 때문에 대형마트가 베이커리 코너를 갖추고 있듯, 편의점에서도 식사용 빵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면서 '프리미엄 빵' 강화도 나타난다. CU는 2020년 12월 프리미엄 베이커리 라인을 선보이고 첫 상품으로 '샹달프 브레드'를 내놓은 데 이어 약 10여 종의 프리미엄 베이커리를 판매 중이다. GS25는 지난 1월 프리미엄 빵 브랜드 '브레디크(BREADIQUE)'를 출시했다. △식사대용 △포켓샌드 △냉장빵 △조리빵 △냉장디저트 등을 취급한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22일 프리미엄 빵 브랜드 '브레다움'으로 빵 4종을 내놨다. 이마트24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라인을 개발 중이다.
세븐일레븐 프리미엄 빵 브랜드 '브레다움' 상품군 /사진제공=코리아세븐
아울러 마트 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가성비 좋은 PB(자체브랜드)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장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생필품 및 식재료 상품 매입 규모가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U는 PB 헤이루(HEYROO)에서 유통업계 최저가인 380원짜리 라면과 헤이루 스파클링(500㎖·1000원)을 판매한다. 이마트24 역시 PB 상품인 민생 시리즈를 강화하고 있다. △민생봉지라면(390원) △민생컵라면(580원) △민생도시락김(200원) 등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2015년 34.5%를 넘은 일본에서 편의점의 마트화가 이미 자리를 잡았듯이 한국 역시 이를 따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 정육, 채소, 과일을 판매하는 대규모 점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 공장용 양산 포장빵 일색이던 한국 편의점과 달리 일본 편의점은 이미 10년 전부터 모찌롤 등을 제과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이전까진 값이 비싸단 인식이 강했지만 이젠 '규모의 경제' 구현으로 저렴한 상품이 늘었고,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상품도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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