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등·폭락, 한국만 더 왜?…"김치프리미엄 탓"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21.04.23 14:18

[MT리포트] 2차 코인광풍에 또 호구된 K-코린이①

편집자주 | 제2차 암호화폐(가상자산) 광풍이다. 우리나라에선 유독 가격 널뛰기가 심하다. 국내에서만 붙는 웃돈,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탓이다. 외국환규제에 따른 암호화폐의 국내외 가격 차이로 외국인 등 특정계층만 이득을 본다는 지적이다.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원대 까지 내려간 2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차 암호화폐(가상자산) 열풍 속에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 비해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되고 있다. 소위 '김치 프리미엄' 때문에 암호화폐 가격이 오를 땐 더 오르지만, 떨어질 때 더 크게 떨어진다. 정부의 외국환 규제가 빚어낸 암호화폐 시장의 국내외 가격 차이 탓이다.

국내 투자자들을 더 큰 위험으로 몰아넣고 외국인 등 특정계층만 배불리는 '김치 프리미엄'을 해소하려면 거래소 등 전문기관을 통한 재정거래(무위험 차익거래·arbitrage)를 일부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치 프리미엄' 한때 50%에서 최근엔 '마이너스'까지 출렁



23일 오전 8시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는 611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4일 고점(8199만원) 대비 25.4% 떨어진 가격이다.

반면 같은시간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닉스에서 비트코인 1개는 5만1889달러(약 5800만원)에 거래됐다. 14일 고점(6만4970달러) 이후 20.1% 내린 수준이다.

해외 거래소 가격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시장에서 붙는 웃돈인 '김치 프리미엄'이 이 같은 하락률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대개 김치 프리미엄은 암호화폐 가격이 오를 때 커졌다가 떨어질 땐 낮아진다.

제1차 암호화폐 광풍이 불었던 2018년엔 무려 50%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23일엔 해외보다 국내 가격이 더 가파르게 떨어진 결과, 한때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에서 오히려 국내 가격이 더 낮은 '역(逆)프리미엄' 현상까지 발생했다.



채굴처 없는데 수요는 과열…수급 불균형이 '김프' 만들었다


업계는 김치 프리미엄이 국내의 암호화폐 시장의 공급부족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투자 열기는 높은데 국내는 비싼 전기료 등에 마땅한 암호화폐 채굴처가 없다는 설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비트코인 채굴물량은 중국이 65.0%, 미국 7.2%, 러시아 6.9% 순이다. 한국은 0.5% 미만으로 집계에 잡히지 않는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대부분은 해외에서 구매된 암호화폐다. 국내 투자열기에 비춰볼 때 턱없이 규모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암호화폐 구매를 위한 외화송금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목적과 상관없이 송금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선 이론상 가능하지만 이 역시 1인당 연 5만달러로 제한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암호화폐 수요는 전세계의 6.5% 수준으로 두번째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은 2018년 '암호자산 시장에서 국내외 가격차 발생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수요가 증가했을 때 해외에서 공급이 탄력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던 것도 국내외 가격차를 확대·지속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금융기관 등 전문 시장참가자가 없어 대량공급이 어렵고 개인은 송금한도, 해외 거래소 가입제약 등으로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프' 이용한 재정거래…외국인만 앉아서 차익 챙긴다


20일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치 프리미엄은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이론적으로 김치프리미엄이 15%일 때 송금한도인 연 5만달러를 모두 재정거래에 활용하면 1인당 약 800만원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대부분 외국인 등 특정계층의 몫이다. 국내외 가격 차이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재정거래를 위해서는 국내외 계좌가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근 급증한 국내 중국인들의 해외송금이 이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5대 은행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국인들의 대중국 송금액은 7270만달러로 지난 3월 전체 송금액인 950만달러의 8배에 달했다.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중국을 경유한 해외송금액으로 암호화폐를 사거나 한국에서 되판 자금을 중국으로 보내는 건 가능하다. 한은 관계자는 "암호화폐 구매를 위한 외화송금은 허용되지 않는 만큼 누가 얼만큼 재정거래를 하는지 공식적인 통계도 없다"고 했다.

시장에선 아예 거래소 등 전문기관을 통해 해외에서 암호화폐를 사오는 게 김치 프리미엄으로 인한 경제손실을 막는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와인 등 다른 상품처럼 암호화폐의 수입도 양성화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시장에 암호화폐 제도화라는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외화유출이 과도화해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블록체인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김치 프리미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재정거래가 대규모로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재정거래를 막을수록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특정계층의 암암리 재정거래만 활발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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