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도착해 휴대폰을 확인하니 올리브영 재구매 알림이 떴다. 마침 스킨이 떨어져가는 참이었는데, 즉시 구매하기를 누른다. '오늘드림' 서비스로 퇴근 후 집에서 받기로 했다. 오늘 저녁엔 뭘먹지. 쿠팡 앱을 열자 어제 주문해놓은 냉동삼겹살에 걸맞은 쌈채소와 찌개거리를 추천해준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편리함이 생활 곳곳에 녹아들면서 '아는게 힘'인 시대가 열렸다. 투자은행(IB)업계에 플랫폼 기업 인기가 뜨거운 이유다. 이베이코리아, 쿠팡, W컨셉, 지그재그 등 쇼핑 플랫폼을 비롯해 잡코리아, 요기요,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까지 모든 플랫폼 몸값이 뛴다. 빅데이터 보유 기업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집중 러브콜 대상이 된다.
최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와 어팔마캐피탈이 각각 2000억원씩 투자한 티맵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티맵모빌리티는 당초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려다, 인기가 높아지자 두 곳 모두에 지분참여 기회를 주고, 조달 규모를 1000억원 늘렸다. 티맵모빌리티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우버'의 투자도 받았다.
PEF가 주목한 포인트는 티맵이 국내 최초 내비게이션 앱으로서 10여년간 쌓은 방대한 데이터다. 택시, 대리기사 등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밀리지만 내비게이션만큼은 독보적 1위다. 티맵은 무료 앱이지만 18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산업과 협업이 가능하다.
이스트브릿지 관계자는 "티맵모빌리티는 티맵이라는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한 앱이 있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와 사업 모델이 다르다"며 "실시간 운전자 운행 정보를 기록해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확장성이 뛰어나다"고 언급했다.
삼성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과 협약을 맺어 티맵 안전운전 할인특약을 적용한 것, 티맵으로 스타벅스 DT점 주문이 가능토록 한 것들이 대표적 사례다. 앞으로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광고 사업도 영위할 수 있다. 그는 "지금은 길 안내시 '10m 앞에서 우회전' 이런 식인데 '스타벅스 끼고 우회전' 하면 운전자도 헷갈리지 않아 좋고 이를 통해 광고 수입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많은 PEF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CJ올리브영 소수지분(마이너리티) 투자 역시 온라인몰 성장 가능성과 더불어 빅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매력으로 꼽혔다. CJ올리브영 측도 이를 고려해 CJ그룹 승계 이슈보다 올리브영 자체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글랜우드PE와 손을 잡았다. 이미 당일배송인 '오늘드림' 서비스와 후기를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추천)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2대 주주인 글랜우드PE와 함께 빅데이터 활용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 PEF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현재 사업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이라며 "쿠팡이 여타 이커머스나 유통 빅3 기업보다 몸값이 비싼 것도 직매입 방식을 통해 쌓은 고객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네이버, 넷플릭스 등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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