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똥남아" 외치는 한국인들…내로남불 인종차별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오진영 기자 | 2021.04.24 08:20

[The W]차별과 혐오, 우릴 겨눈다②

# 가나에서 온 소니(23)는 서울에서 5년째 생활하고 있지만 '깜둥이'라는 말을 쉽게 듣는다. 대학에서 축구경기를 하던 도중 상대편에게 "깜둥이 주제에"라는 말을 들었다. 소니는 불쾌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경기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말에 서툴지만 '깜둥이', '니그로'라는 표현은 안다"며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백 투 아프리카)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소니가 지하철에 타면 대놓고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는 시늉을 하고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일자리를 구할 때도 뒤에서 한국인들이 "아프리카 사람이다", "흑형"라며 수군댄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내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굉장히 심하다"며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 상처를 받고 위축된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 외국인 혐오, 차별이 만연하다. 소니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등에서 온 외국인들도 한국인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이들은 이주노동자, 유학생 등의 신분으로 한국에 왔지만 한국 공동체에 속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차별과 혐오는 국제결혼한 자녀에게까지 향한다.




"'식당 손님들, '똥남아', '후진국 사람'이라 부른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주민 3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에서 '한국에서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한 비율은 68.4%나 된다. 차별 사유(중복응답 가능)로는 △한국어 능력 62.3% △국적 59.7% △민족 47.7% △인종 44.7% △피부색 24.3%였다.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 A씨는 베트남인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귀화했다. A씨는 식당에서 일하며 "똥남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식당에서 테이블을 닦고 있으면 손님들이 '똥남아', '후진국 사람'이라고 부른다"며 "겉모습만 보고 그렇게 얘기하는 게 불공평하다"고 했다.

게다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A씨의 자녀도 학교에서 더 심한 인종차별을 받는다. 같은 반 친구들이 대놓고 옆자리를 피한다거나 같이 놀기 싫다고 손사레를 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A씨는 "친구들이 '우리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랬다',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무섭다'라고 우리 아이에게 얘기한다고 한다"며 "나에게 아이가 '나도 한국사람 아냐?'라고 말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B씨도 국제결혼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B씨는 3년 전 아이 양육비를 벌기 위해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일자리를 구할 당시 사장은 외국인도 근무가 가능하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식당에 나가니 사장은 B씨를 보고 "생각보다 너무 까맣다. 사람들이 당신 보면 더럽다고 밥을 먹겠는가"라고 했다. B씨는 이에 충격을 먹고 식당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안 JU에서 2021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및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한국, 인종차별 담론 논의 거의 없었다"


한국인들도 해외에서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나가 '끔찍한' 경험을 겪었다고 피해를 호소한다. 이들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외국인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고 했다.

박지은씨(26)도 한 달간 프랑스 파리에 살며 "니하오"를 하루에 한 번 씩은 꼭 들었다고 했다. 또 모르는 남성들이 박씨를 보고 낄낄댔고 쏘아보면 바로 고개를 돌리고 도망갔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무작정 '니하오'라며 중국인이라고 물었다"며 "프랑스어로 '난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가장 먼저 배웠다"고 했다.

박씨는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외국인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에서 인종차별을 받고 돌아오니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며 "이전에는 나도 다른 한국인들과 똑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인지도 모르고 인종차별적 발언, 행동들을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한국에서는 인종차별 담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본 적이 거의 없다"며 "다문화 가정이 늘어났지만 '인종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교육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유럽에서 한국, 중국, 일본을 모두 묶어 '아시아 혐오'를 하며 코로나19(COVID-19) 펜데믹 이후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며 "한국에서도 동남아, 중국인 등에 대한 우월감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차별적인 행동과 발언들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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