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레드라인 넘지 말라"…나발니·우크라 갈등에 서방국 경고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21.04.22 07:42
사진=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을 겨냥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말라"고 했다. 러시아의 반(反)푸틴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및 우크라이나 상황 등을 두고 러시아와 서방국가들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경고다.

타스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방의회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인내심, 책임감, 전문성, 우리의 정의에 대한 자신감과 상식으로 결정을 내린다"며 "누구도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누군가 우리의 좋은 의도를 무관심 또는 약점으로 인식하고 다리를 날려버리려 한다면 러시아가 '비대칭적이며 신속하고 혹독한 대응'을 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세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국제법 틀 안에서 보호해야 할 자국 이익이 있다"며 "이런 당연한 사실을 깨닫길 거부하고 대화를 꺼리며 이기적이고 오만한 어조를 취한다면 러시아 입장을 수호할 방법을 항상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 대부분을 러시아의 코로나19 대응과 복지 개선·경제 발전 계획 등을 언급하는 데 할애했지만, 서방 세계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 역시 강도 높게 발신했다.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EU) 측이 러시아에 대한 경고를 높여 온 가운데 이뤄진 발언이다.

지난달 미국과 EU는 나발니 독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푸틴 대통령 측근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내렸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로 향하던 항공기 내에서 옛 소련에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졌으며, 러시아측은 배후에 자신들이 있다는 서방국가들의 주장을 부인해 왔다.


지난 1월 러시아로 귀국해 체포·구속된 뒤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나발니의 건강이 악화한 걸로 알려지면서 긴장은 한층 고조됐다. 투옥 후 나발니는 다리 마비 증상을 포함해 심각한 통증이 나타나 의사를 들여보내 달라고 호소했지만 거부 당했고, 진료 거부에 항의해 3주째 단식 투쟁 중이다. 지난주 나발니측은 "나발니가 죽어가고 있다"며 며칠 내 사망할 수 있다고 즉각적 치료를 촉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발니의 건강 악화에 대해 우려를 표해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CNN 인터뷰에서 만약 나발니가 사망하면 러시아가 책임을 지게 될 거라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일대에 군대를 집결한 것도 서구의 우려를 고조시켰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 사이 무력 충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외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미국 대선 개입 및 연방기관 웹사이트 해킹 혐의를 들어 지난 15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단행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에선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지지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베리아, 극동 지역 도시들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일어났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나발니에게 "자유를"이란 구호를 외쳤다. 로이터는 시위감시단체를 인용, 러시아 당국측이 시위에 참가한 시위자 1000여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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