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혼모가 당당할 수 있을 때까지

머니투데이 조경애 법률구조1부장 | 2021.04.21 04:50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1부장. /사진=한국가정법률상담소
'비혼모'는 비혼인 상태에서 혼자 힘으로 자녀를 낳아 키우는 여성을 가리킨다. 흔히 '미혼모'라고 불리지만, 미혼모는 결혼을 해야만 자녀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어 혼인여부에 따른 사회적 차별을 없애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비혼모'로 정의하기도 한다.

최근 이슈가 된 한 방송인처럼 혼인을 원하지 않는 여성이 자율적으로 출산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상치 못했던 임신 혹은 임신 이후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많은 고민 끝에 자녀를 낳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어려운 경우 입양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자녀를 직접 양육하고자 하는 비혼모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비혼모 가정이 처한 현실은 쉽지 않다. 대다수의 비혼모들은 생부(자녀의 아버지)의 도움 없이 산전·산후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고, 출산 이후에도 주변의 지원이 없다면 혼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므로 소득활동을 하기 어렵다. 생계 문제와 양육으로 인한 이중, 삼중의 부담과 '정상' 가족과는 다르다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정신적인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좌절감이나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비혼모들도 적지 않다.

비혼모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특히 시설에서 출산을 하고 별다른 대책 없이 퇴소하는 비혼모들의 경우 막막한 현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과거보다는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고, 국가의 지원도 크게 늘어 수급비 지원과 아동양육비, 생계비, 직업훈련비, 주거 지원 그리고 돌봄 지원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었다. 그렇지만 지원 액수와 조건 등의 제약이 많아 비혼모들은 경제적인 문제와 소득의 불안정, 육아에 따른 안정적인 구직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비혼모 가정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고 안정적인 양육이 가능하도록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는 비혼모 가정의 복리를 위한 법 개정 활동과 출장상담 및 소송구조 지원 그리고 법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문화와 여가활동에서 소외되기 쉬운 점에 착안하여 자녀양육 및 심리상담, 다양한 체험 활동을 내용으로 하는 1박 2일 자녀동반 캠프를 운영하여 비혼모와 자녀들에게 쉼과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자녀양육에 따른 법적인 문제와 양육비 확보도 비혼모들의 고충 중 하나이다. 비혼모 자녀들은 성을 엄마의 성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의 생부가 임의로 인지를 할 경우나 인지 등 청구 시 성·본 계속사용신청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녀의 성이 생부의 성으로 바뀌게 된다. 인지가 되더라도 비혼모 자녀가 종전 성을 쓰는 것이 원칙이 되도록 민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가족관계등록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혼인여부를 중심으로 자녀 출생 등록을 구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비혼모의 자녀는 출생신고시 혼인 외의 자임을 표기해야 한다. 자녀를 혼인 중과 혼인 외자로 구분하는 것은 사회적 낙인과 다름 아니며 비혼모가정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므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혼모가정에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점은 더 이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양육비이행 확보와 관련하여 다양한 제도와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양육비 지급율이 낮아 비혼모 가정의 생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비혼모 가정의 경제적 곤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부가 양육비를 주지 않거나 줄 수 없을 경우에는 국가가 먼저 기본적인 생계비를 지급하고 국가가 생부에게 양육비를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양육비 선급(대지급)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혼자 힘으로 자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당히 사는' 비혼모 가정의 복리를 위해 국가적 지원의 확대와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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