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비 외치던 농식품부 정작 부처간 협의땐 목소리 못냈다

머니투데이 정혁수 기자 | 2021.04.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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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쌀소비가 중요하다던 농식품부는 어디에 간 건가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국민들에게 쌀 소비해 달라고 하기 전, 식생활을 담당하는 타 부처 공무원들에게 먼저 그 필요성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쌀 생산단체 간부)

그동안 다양한 방식을 통해 쌀 소비를 강조해 온 농림축산식품부가 정작 국민의 식생활 습관을 규정한 정부의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제정하는 과정에선 '쌀·잡곡'을 제외하는 걸 막지 못했다.

코로나19(COVID-19) 재확산 등 그 어느때 보다 식량안보가 중요해 지고 있고, 농식품부 스스로도 소비 확대를 강조했지만 식생활 문제를 담당하는 부처간 협의과정에서는 이를 적극 관철하지 못한 결과다.

19일 정부의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살펴보면, 5년전인 2016년 강조된 '쌀·잡곡 섭취' 내용이 빠져있다. 식생활지침은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제시한 권장 수칙이다.

'국민영양관리법'에 근거해 2016년 '국민 공통 식생활지침'을 첫 발표했고, 매 5년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농식품부·식약처와 공동으로 지침을 마련해 발표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발표하면서 9가지 내용을 담았다. 우선 △매일 신선한 채소, 과일과 함께 곡류, 고기·생선·달걀·콩류, 우유·유제품을 균형있게 먹자고 했고 △덜 짜게, 덜 달게, 덜 기름지게 먹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물을 충분히 마시자 △과식을 피하고, 활동량을 늘려서 건강체중을 유지하자 △아침식사를 꼭 하자 △음식은 위생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마련하자△음식을 먹을 땐 각자 덜어 먹기를 실천하자 △술은 절제하자 △우리 지역 식재료와 환경을 생각하는 식생활을 즐기자고 했다.

각 부처에서 건강한 식생활과 관련하여 강조하고 있는 정책적 사항들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지만, 농식품부가 그동안 강조해 온 쌀·잡곡 섭취의 중요성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2016년 에는 쌀 등 곡류 섭취가 감소하고 있고, 아침식사 결식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쌀·곡류의 섭취'를 강조했다. 올해 지침을 개정하면서는 특별한 이유없이 쌀·곡류의 섭취가 빠지고 대신 과일·채소 섭취에 무게가 실렸다.

5년전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쌀·잡곡의 섭취가 사라지면서 '아침밥을 꼭 먹자'고 했던 2016년 지침 역시 '아침식사를 꼭 하자'로 대체됐다. 예전에는 '아침밥'이라 표현돼 쌀소비를 유도했지만, 이제는 '아침식사'로 바뀌면서 빵 등으로 그 대상이 넓어졌다.

쌀소비 문제는 5년새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된 측면이 있어 쌀 소비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2016년 이후 대풍(大豊)이 이어지면서 쌀 수확량은 정부 양곡창고에 쌓여가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들 잉여쌀중 일부는 해마다 식량원조협약(FAC, Food Assistance Convention)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에 공여(5만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농과대학 교수는 "정부의 식생활지침은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식생활 지침을 종합해, 가장 바람직한 내용을 골라 기본적인 수칙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5년전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 졌던 쌀·잡곡 섭취가 이번에 생략된 것은 농식품부가 타 부처를 설득하지 못했거나 이에 대한 의지가 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농협 관계자도 "2016년에는 '아침밥을 꼭 먹자'라고 쌀·곡물 섭취를 구체화 했는 데 올해는 '아침식사를 꼭 하자'며 에둘러 표현했다"며 "당시에도 부처간 논의과정에서 농식품부가 타 부처의 반대를 무릎쓰고 '아침밥을 꼭 넣자'고 하는 바람에 겨우 반영된 것인데 5년 후 채소·과일을 우선 먹자는 식으로 바뀌고 보니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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