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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소부장 사업으로, 내년엔 예산 확대"…작년부터 경고온 차량반도체 부족에 이제야━
홍 부총리는 "단기간 사업화 가능 품목을 발굴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업을 통해 우선지원한다"며 "2022년 예산 대폭 증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래차 전력소비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반도체 등에 대한 신규 R&D(연구개발) 예산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예산 400억원 규모 소부장 양산성능평가지원사업으로 차량용반도체 생산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사업의 단기간 자립을 위해 양산성능평가지원 사업 예산도 2022년부터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국내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더라도 제품 상용화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이다. 반도체 재고에 여유가 있던 현대자동차도 이달 7일부터 생산라인별로 임시휴업에 들어가는 등 생산차질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내년 예산 확대 등 대책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구조적 문제가 아닌 공장 화재 등 일시적인 현상인 만큼 공급이 정상화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부품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 이미 공급부족 신호가 나온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상시적·체계적 지원없이 사후약방문식 대책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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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원 약속에 부랴부랴 안건 추가, 부족한 건 값싼 제품인데 고급 제품 개발? ━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정부는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 전날인 15일까지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연구개발) 추진방안 △2025년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지원방안 등 2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대책은 15일 오후 늦은 시간이 돼서야 안건에 추가하기로 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 설명이다.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시간만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대책을 첫번째 안건으로 올려 성급하게 논의한 셈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차량용반도체 수급대책을 안건에 올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 논의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주요 기업 CEO(최고경영자)를 초청한 자리에서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에 대해 정부는 기업과 협력하면서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동맹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뒤늦게 안건을 논의하다보니 기존 대책의 재탕이거나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차량용반도체 수급대책을 살펴보면 단기간 사업화 가능 품목 지원을 제외한 신속통관·자가격리면제신속심사 등 수입절차 지원대책은 지난달 발표내용의 평가 수준의 논의만 진행했다.
또 소부장 양산성능평가지원사업 지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책이 미래형 반도체 개발에 맞춰져 있어, 시급한 범용형 차량용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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