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게임의 문법을 빌린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적금 상품 등에 게임의 룰을 적용하거나 신규 금융서비스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게임의 요소를 도입한 것이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익숙하고, 모든 일에 재미를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전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MZ세대 겨냥하는 미니보험' 보고서는 "MZ세대의 경우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맞아 적극적 투자를 추구하며 수익률과 더불어 재미 등 부차적 요소가 가미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들은 게임의 요소를 접목한 게이미피케이션 금융 서비스와 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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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욕구 자극'…금융 상품에서 '미션' 수행한다━
앱에서 26주 적금 진행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총 26개 칸이 있고, 매주 납입에 성공할 때마다 자세와 표정을 바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그 자리를 채운다. 다만 납입하지 못하면 캐릭터를 얻을 수 없다. 추후 납입도 가능하지만 캐릭터는 제공되지 않는다. 도전 현황은 친구나 가족들에게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도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200일 적금'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앱에서 가입할 수 있고, 하루 3만원 이내 금액을 내게 맞는 플랜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넣을 수 있다. 매일 자동이체 되는 '자동적립 플랜', '푸쉬'를 받고 버튼을 누르면 한번에 입금되는 '꾹 적립 플랜', 지정한 계좌의 일정금액 미만 잔돈을 자동 입금하는 '계좌 자투리 적립 플랜' 등이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처럼 200개의 일별 칸이 마련돼 있고, 매일 납입 성공 유무가 표시된다. 납입 성공 시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유미의 세포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확인 도장'처럼 쌓인다.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진행 상황판 상단에는 성공한 일수와 실패한 일수가 표시된다. 금리는 기본 연 1%에 만기시까지 적금을 유지하면 연 0.4%포인트 추가 금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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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시스템'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
신한은행은 야구 팬들을 자극하고 있다. '2021 신한 프로야구 적금'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응원하는 팀을 선택하고 해당 구단이 우승할 경우 우대금리를 받는 상품이다. 월 1000원에서 50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고 기본 이자는 연 1%지만, 우대금리 1.4%포인트가 적용되면 최고 연 2.4% 금리를 받는다. 응원팀이 이길 때마다 승리 알림이 온다. 승리 시 최대 1000 마이신한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위닝 캘린더'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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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유치도 '게임 문법'으로━
핀크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들의 순위 경쟁을 유도했다. 모바일 앱에서 리얼리 서비스에 들어간 후 '국내 주식 수익률 챌린지', '온라인/홈쇼핑 결제건 챌린지', '신용도 올리기 챌린지' 등을 선택한 후 같은 챌린지를 선택한 유저와 순위를 경쟁하는 것이다. 각 챌린지에선 순위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당첨금을 즉시 획득할 수 있는 '리얼 리워드 티켓'이 매일 1개씩 지급된다. 챌린지 종료 시점 순위에 따라 배지도 차등 지급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부터 MZ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이 전부 만 20세 이상이 됐다"며 "이제부터는 MZ세대가 금융 시장뿐 아니라 전체 시장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재미 요소'를 더할 수 있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앞으로 금융에 게임을 접목하는 방법과 관련한 특허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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