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안 죽냐?"…서울시 여성자살방지 게시판, 항의글 800건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 2021.04.16 09:46
'시스터즈 키퍼스' 로고./사진=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의 여성 심리지원을 위한 자유게시판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게시판이 '남성 역차별'이라며 일부 네티즌들이 악성 게시물과 댓글을 올린 영향이다. 센터는 "정상적 운영이 되도록 보완해 재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센터는 지난해 9월 24일부터 운영해 온 '20대 여성들의 생명 사랑을 실천하는 시스터즈 키퍼스' 자유게시판의 글쓰기 기능을 전날부터 일시 중단했다.

센터 측에 따르면,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5일부터 전화 민원과 인터넷 게시글을 시작으로 센터의 직원 전화 응대를 무단 녹취·편집해 유튜브에 지속적으로 게시했다.

또 시스터즈 키퍼스에 악성 댓글을 달도록 조장하는 내용의 이른바 '좌표 테러' 게시물을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거나, 게시판에 전직 시장과 대통령 사진을 포함한 혐오 및 명예훼손 성격의 댓글도 다수 올렸다. 아울러 'COVID-19 심리지원단 총무'를 사칭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글을 올린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게시판은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이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심각하다는 20대 여성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개설했다. 그동안 심리지원단은 이들을 돕기 위한 간담회, 힐링 이벤트 등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상에서 남성 네티즌들은 "서울시가 여성만을 위해 세금을 쓰고 있다", "여성들만 이용하는 커뮤니티 로고를 사용한다", "게시판 관계자가 군 가산점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취업에서 불리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게시판에 "여자만 사람이냐", "세금이 녹고 있다", "자살률은 남성이 더 높다", "남성은 서러워서 살겠냐"며 항의 글을 쏟아냈다. 최근 새로 올라온 글 대부분은 여성을 위해 마련된 상담 공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게시판이 개설 후 연말까지 약 3개월 동안 작성된 글은 56건에 불과했으나, 지난 13~14일 이틀간에는 8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시스터스 키퍼스는 청년 자살예방을 위한 여러 예방사업 중 하나"라며 "민원 요청과 정부의 지침에 따라 자살예방사업은 충분히 새롭게 기획되고 편성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무단녹취와 동영상 무단게재, 관련 사이트에 대한 왜곡 전달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법적 대응과 함께 서울시, 시민들과 함께 논의해 여러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며 "게시판 운영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과 협의 후에 보안 강화 및 기능 보강 이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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