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령 뒤 유료화 발톱…상생 잊은 카카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홍순빈 기자 | 2021.04.16 05:35

[MT리포트] 카카오, 혁신과 포식 사이 (上)

편집자주 | '카카오식 혁신'이 시험대에 올랐다. 5000만 국민이 활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 플랫폼을 앞세워 다양한 산업군으로 공격적 확장에 나서는 가운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온다. 이른바 '갑카오' 논란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화에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도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이 기존 업권과 충돌하고 있다. 혁신기업으로 주목 받아온 카카오가 본격적인 포식성을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카카오 경계령도 커졌다. 카카오의 사업확장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상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본다.

카카오 모델 '경고등' 켜졌나, 터져 나오는 플랫폼 갈등

"이 상태라면 3년전 택시기사들이 잇따라 분신한 '카풀 사태'가 재현될 겁니다"(한 택시업계 종사자)

최근 급팽창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의 플랫폼 유료화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타 가맹택시에 카카오T 플랫폼을 유료로 이용토록 한데 이어 일반택시 대상 '유료배차권'(월 9만9000원 프로멤버십)까지 출시해서다.

이에 택시 4개 단체(전국택시노조·민주택시노조·개인택시조합연합회·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요구에 이어 국토교통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건의서도 냈다. 카카오가 콜(호출)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유료화를 강제한다는 게 핵심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플랫폼 사용 방식이 다양하기에 각자의 수요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부가적인 옵션"이라며 "해당 상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카카오T 택시는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택시단체는 멤버십 없이는 콜을 받지못해 수입이 줄어드니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년에 약 120만원은 영세 택시기사들에게 만만찮은 부담이다.

◆중개하면서 가맹까지, 카카오 독식에 뿔난 택시업계

카카오는 고객의 콜을 택시기사에 전달하는 '중개사업'의 80%를 차지한 동시에 '가맹사업'을 통해 직접 1만 6000여대의 택시를 운영한다. 심판이 경기를 조율하면서 직접 선수로도 뛰는 식이다. 택시업계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부분이다. 정부 모빌리티 법규가 정교하지 못한 허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유료화는 결국 택시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카카오가 내세운 소비자 혁신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택시기사들이 조만간 배달라이더 처럼 '플랫폼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도 나온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칼라일로부터 2억달러, 구글로부터 5000만달러의 투자를 받고 4조원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카카오가 미국 상장을 노리고 매출과 수익구조를 견고히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랫폼 우위 앞세워 기존 산업과 갈등…"견제 필요하다"

플랫폼 우위를 확보한 뒤 수익화에 나선 것은 대리운전 분야도 마찬가지다. 2015년 대리기사들은 20% 수수료외 보험료 등 별도 비용을 받지 않겠다던 카카오의 진입을 환영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3년뒤 일정 시간 콜을 우선 배정받는 '프로단독배정권'을 내놓으며 추가유료화에 나섰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기존 전화콜 업체들은 출근비 명목으로 대놓고 갑질을 한 반면 카카오는 초기 우호적으로 접근하다 이후 교묘하게 유료모델을 안쓸 수 없게 했다"면서 "기존 업체보다 더 영악한 방식으로 대리기사들을 종속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거듭된 갈등에 대리운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해 최근 단체행동권을 확보했다.

뿐만아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공세에 금융권은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결제수수료 등 여러 사업에서 카카오가 혁신 기업으로 포장돼 규제를 비껴간다는 것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카카오 헤어샵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수료를 인상해 업주들의 불만을 샀다. 카카오톡의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특정분야 고객을 록인(Lock-in·잠금)한 이후 지배력을 강화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과거 대기업의 경우 크기와 무관하게 한 업종의 사업자였는데 카카오 같은 플랫폼은 그 자체가 여러 영역에 걸친 하나의 시장"이라며 "이처럼 확장이 가능한 것은 결국 데이터가 연결돼 있기 때문으로 소비자 보호나 중소 사업자들의 경쟁에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데이터 기반의 독과점 이슈를 해결하는 규정이나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동우 기자



"타다 막았더니 카카오에 먹힌다" 플랫폼 먹이된 택시기사들


#서울에서 20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안모씨(64)는 카카오T 진출 이후 수입이 50% 가량 줄었다. 카카오T가 처음 출시될 때만 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입, 일감이 모두 줄어 언제까지 택시 운전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죄다 카카오T를 이용해 택시를 잡기 때문에 일감이 줄었다"며 "하루에 나이 든 사람 몇 명 태우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25일 만근을 채우지 못하면 돈벌이가 힘들다"며 "카카오T가 시장에 진출하기 전엔 한 달에 250만~300만원을 벌었지만 지금은 반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택시업계 "플랫폼 앞세워 협의 없이 유료 서비스화 "...15일부터 1인 시위 시작


'타다'를 막으니 ‘카카오’가 택시 시장을 흔든다. 택시 업계는 2015년 중계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시장에 집입한 카카오가 사실상 유료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비판한다. 택시기사들은 ‘호출 서비스 점유율 80%’라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카카오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카카오T가 시작한 '월 9만9000원'짜리 '프로멤버십'은 택시 기사들에게 적지않은 부담이다. 이미 택시 기사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태여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티머니 기준 개인, 법인택시 수입은 71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택시기자 김모씨(67)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카카오T 멤버십에 가입했다고 했다. 멤버십을 가입하지 않으면 콜(호출)을 받기 힘든 게 현실이어서다. 그는 "손님도 없는데 멤버십 비용까지 내야 하니 남는 게 없다"며 "카카오의 횡포라 생각하지만 그거라도 해야 콜을 받으니 안 할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이 불만이 쌓이자 택시업계는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15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는 국회, 청와대,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콜 중계 유료화 반대 1인 시위를 한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2015년 카카오가 처음 택시 운송시장으로 들어올 때 콜 중계 수수료를 받지 않을 것이라 했다"며 "카카오T의 시장독점을 이용한 것으로 사전에 유료화 논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도 "카카오T 가맹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콜 배차 건수, 수입 부분이 줄어드는 것이 체감된다"면서 "대기업이 매출 향상을 위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카카오T, 개인·법인 택시 사업자들과 상생하는 방안 찾아야...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뿐만 아니라 자체 가맹 사업(카카오T블루)을 하면서 택시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1만6000대가 전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국토부 집계 전국 가맹택시 3만539대의 절반이상이다. 게다가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는 올해 3만대 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 총 택시가 27만 대인 만큼 전국 택시 10대 중 1대는 카카오 간판을 다는 셈이다. 더욱이 카카오모빌리티가 VCNC, 우버코리아, KST모빌리티 등 다른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카카오T 승객 콜을 받으려면 일정 수수료를 내라"는 업무제휴를 제안하면서 카카오T블루 가맹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ICT 기술로 무장한 카카오T의 택시 운송시장 확장을 막을 수는 없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플랫폼 대기업들이 기존 개인, 법인 택시 사업자들과 상생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운송시장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플랫폼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ICT 기술을 갖고 택시 운송시장에 들어왔고, 기존 개인 택시 사업자들과 상생하도록 고민해야한다"며 "카카오의 새로운 실험을 막을 순 없지만 개인 사업자들에게 돌아갈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함께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도 "ICT 플랫폼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 법인택시들의 설 자리가 없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플랫폼 기술로 카카오T가 점점 노동시장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 가시화된다"고 했다. 이어 "개인, 법인 택시들도 사회적 협동조합 등을 구성해 기존의 월급제와 노동 시스템을 바꿔야한다"며 "기존의 택시 사업 법인들도 법인 택시에 종사하는 임금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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