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우버'로 불리며 현지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그랩(Grab)'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일찌감치 투자에 나선 현대자동차도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며 차량 호출·배달 플랫폼 업체 그랩은 이날 벤처캐피탈 알티미터캐피탈의 스팩(SPAC·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 '알티미터그로스'와 합병에 합의했다. 합병 회사의 기업 가치는 396억달러(약 44조5000억원)로 스팩 합병 사상 최대가로 평가받았다. 2019년 10월 그랩의 기업 가치(150억달러)와 비교해 2.5배 이상 높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인 총 2억7500만달러(약 3076억원)를 그랩에 투자했다. 현대차는 2500만달러(1월)와 1억7500만달러(11월)를 합해 총 2억달러를 투자했고, 기아는 여기에 7500만달러(11월)를 더했다. 당시 현대차·기아가 외부 업체에 투자한 금액 중 역대 최대치였다. 그랩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를 결정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선구안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그랩 상장이 완료되면 현대차그룹의 지분가치가 8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과 그랩은 전략 투자를 결정하면서 전기차 부문 협력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정 회장과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협력방안을 논의한 결과물이다.
현대차그룹과 그랩은 아울러 지난해부터 그랩 운전자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를 활용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싱가포르에서 선보였다. 자동차 업계에선 동남아시아 전기차 수요가 2025년에 34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랩은 2012년 설립했으며, 동남아시아 8개국 200여개 도시에서 차량 호출(카 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관련 시장의 75% 이상을 점유했다. 이후 그랩은 음식·식료품 배달, 디지털 결제, 기타 금융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2018년 우버 동남아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동남아 차량공유 시장을 장악했다. 지난해 그랩의 매출액도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다.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경제 시장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인 지영조 사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지역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는 전기차의 신흥 허브가 될 것"이라며 "그랩은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완벽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협력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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