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갔다 이제 온거냐, 뒤로 가라" 샤넬백을 사려고 새벽부터 줄 선 사람들 사이로 날선 목소리가 들렸다. 200명이 신세계 본점 건물을 빙 돌아설 정도로 길게 줄 선 가운데 새벽에 줄 앞쪽에 가방으로 자리를 대신 맡아놓고 뒤늦게 돌아온 사람이, 추운 날씨에 새벽부터 기다린 다른 고객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4월 중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문이 돌며 샤넬백을 사기 위해 주말 아닌 평일에도 수백여명의 인파가 백화점 명품관 샤넬 매장에 줄을 서고 있다. 이날은 서울 아침 기온이 3도로 뚝 떨어지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날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옷차림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고객들이 핫팩을 손에 쥔 채 몇 시간을 신세계 본점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벽에 와서 가방만 덩그러니 던져놓고 6시간30분 만에 나타난 고객은 추위에 신경이 날카로운 다른 고객의 반감을 샀다. 몇 번의 고성이 오간 뒤 결국 경찰이 출동해 사태를 수습했다.
백화점 정문 입구에서 약 20번째로 줄 서고 있던 B씨는 "경기도에서 새벽에 출발해 6시30분쯤 도착했다"며 "오늘 매장에 샤넬 클래식백이나 보이백 재고가 있으면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새벽부터 덜덜 떨면서 기다린 건데 6시간 넘게 다른 곳에서 쉬다가 다시 나타난 사람에게 다른 고객이 항의를 하며 싸움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9시40분경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도 150여명의 인파가 본점을 뱀처럼 ㄷ자로 둘러싸며 샤넬 오픈런 줄을 섰다.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패딩과 뽀글이 점퍼로 무장하고 담요를 몸에 둘둘 감은 사람도 있었고 간이 캠핑의자와 종이박스를 준비해 바닥에 앉은 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순수하게 샤넬백 하나 갖고 싶어서, 또는 결혼을 앞두고 예물 마련을 위해 오픈런에 합류한 사람도 있었지만 리셀(재판매)을 위한 전문 업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2021년 소비자심리지수는 석 달째 상승하며 3월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100을 돌파했다. 경기가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단 뜻이다. 경기회복을 낙관하면서 '보복 소비' 발생으로 백화점 매출이 급증하고, 명품과 패션의류가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지속된 가격 인상은 오픈런을 부추기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 5월과 11월에 두 차례 가격 인상을 했는데, 5월의 가격 인상폭은 최대 27%에 달해 충격을 줬다. 루이비통 등은 수시 가격 상향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명품 열풍'에 202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에르메스도 연 매출 4100억원대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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