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재, ‘문명특급’과 함께 재며들다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1.04.14 11:15
사진출처-'문명특급' 방송캡처


아이돌마저 놀라게 만드는 엄청난 끼와 에너지의 소유자.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계가 모호할 만큼 유명 인사가 됐지만, 연예인의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정작 수입은 일반인이라는, 그래서 ‘연예인 반 일반인 반’이란 뜻을 지닌 ‘연반인’이라 불린다. ‘뉴 미디어계의 여자 유재석’으로 불리다 이젠 그냥 ‘재재’로 익숙해진, SBS PD 이은재이자 크리에이터 재재의 이야기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스며들었다. 그래, 재며들었다. .

재재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유명세를 타게 한 유투브 방송 ‘문명특급’을 떼어놓을 수 없다. 내게 있어 재재에 대한 첫 기억은 가수 겸 화가 솔비와 함께한 편이다. 가벼운 한마디에 솔비가 얹은 다독임이 제작진 한 명의 눈물을 불렀고, 그렇게 시작된 눈물은 출연자마저 감정 동기화 시켰다. 어느새 모두의 눈물 파티가 된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은(?) 재재는 모두에게 휴지를 챙겨주고, “나도 안 우는데”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더한 웃음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깔끔한 진행을 하는 진행자였다.(정제되지 않았지만) 그가 ‘문명특급’ PD라는 건 그 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자신이 출연한 ‘문명특급’을 “내 프로필로 보여주고 싶은 방송”이라고 표현한 작사가 김이나의 글을 접했다. “작사가로서의 이야기를 많이 묻고 들어준 곳은 처음” “주접과 개그의 탈을 쓰고 이토록 사려 깊은 MC 재재” “이야기 나오는 모든 노래를 다 따라 부르는데 진짜 감동”이라던 김이나의 감상은 아마도 당시 ‘문명특급’ 구독자들의 구독 이유이기도 했을 터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사진제공='문명특급' 방송 캡처


필자는 지금까지 꽤 많은 연예인, 제작진과 인터뷰를 경험했다. 당연히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1:1 상황을 떠올리지만, 그룹 인터뷰로 이뤄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화상 인터뷰가 대세다.) 인터뷰 주제에 맞는 질문을 위해, 그러면서도 뻔하지 않은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 나름의 준비를 거쳐 인터뷰이를 마주한다. 하지만 매번 기대만큼의 분위기로 현장이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대답하기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상황도, 핵심 질문을 불쾌해하거나 엉뚱한 대답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물론 좋은 기억이 더 많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 인터뷰를 당한 사람 모두 만족도 높은 시간으로 기억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매회 만나는 ‘문명특급’은 (물론 편집을 거치지만) 감탄 그 자체였다. 애교, 춤 등 강요 금지, 사생활에 대한 질문 금지 등 ‘출연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되 틀에 갇히지 않은 질문은 인터뷰이는 물론 지켜보는 사람마저 빠져들게 했다. 빵빵 터지는 웃음과 곳곳에 놓인 배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도 밝은 에너지로 이 모든 걸 해내는 진행자이자 PD 재재의 능력은 부러움마저 자아냈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물의 배경은 재재가 자신이 속한 SBS에서 벗어나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드러났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수십 개의 이력서, 그만큼의 다양한 자기소개서를 썼다는 것. 전공과 무관하게 취업만을 바라보던 시간도 있었다고 했다. SBS 보도본부 뉴미디어국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수많은 격랑을 이겨내고 결국엔 ‘문명특급’과 함께 S사의 정직원으로 자리 잡았다.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연예인의 시작이 아닌, 여느 대학 졸업반 취준생처럼 암울한 터널을 지나 이룩한 결과물에 많은 이들이 동질감을 느꼈고, 그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를 키웠다.


사진제공=JTBC '독립만세' 방송 캡처

JTBC ‘독립생활’로 드러난 그의 생활은 ‘연반인’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생각게 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알아보고, 이제는 그를 부르는 또 하나의 호칭이 된 ‘연반인’. 하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그는 수면 시간마저 쪼개 살고 있었다. 여전히 한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기에, 휴일에도 편집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더 유쾌하고 즐거운 ‘문명특급’으로 완성시키는 임무를 수행했다.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카메라 ON 상황에서는) 꾸준한 텐션을 유지했다. 인터뷰를 앞두고 인터뷰이에 대해 진성 팬만이 알 수 있을 세세한 부분 하나까지도 익히고 공부했다. 밥 먹을 새도 없이 시간에 쫓기고,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매번 두피와 모발의 건강과 맞바꾸는 염색을 감행해도, 집안 인테리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새빨간 패브릭 소파가 거실 한복판에 놓여도 그는 행복해 보였다.

재재의 표현대로 “땅 파먹던 시절”을 지나 '문명특급'은 개별 채널로 독립하고, 이제 컴백하는 가수라면,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라면 꼭 출연하고 싶어 하는 컴백 맛집, 개봉 맛집이 됐다. 사려 깊은 구성과 진행으로 2030 여성들의 워너비가 된 재재.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에서 컴눈명(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까지 이어진 기획이 앞으로도 쭉 부침 없이 이어지기를, 올해 추석 연휴에는 ‘컴눈명 콘서트’를 SBS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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