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의 이유 있는 반항[류근관의 통계산책]

머니투데이 류근관 통계청 청장 | 2021.04.12 05:29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이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전후(戰後) 세대 감성을 보여줬다면, 지금 우리나라 청년의 결혼 및 출산 기피 현상은 '이유 있는 반항'이다. 불안한 현실과 어두운 미래를 자녀에게까지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나름 합리적이고 결연한 의사표시다.

1960년대 우리나라 인구분포는 아래는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모습이다.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 △육아 부담 △가속화된 생존 경쟁 △자녀 교육비 등으로 인해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현상이 등장했다. 그 결과 최근 인구분포는 허리보다 위아래가 좁은 항아리 형태로 바뀌었다. 현재 추이가 지속되면 2050년 즈음에는 위보다 허리 및 아래가 좁은 역삼각형 모양의 인구분포가 등장한다. 대규모 기성세대가 소규모 청년세대를 위로부터 짓누르는 모양새다.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자. 사회가 발전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경제규모와 여성 고용은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15년도 화폐가치로 1970년 256만원에서 2020년에는 3513만원으로 약 14배 올랐다. 미국 대비로 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이 1970년 미국의 8%에서 2018년 미국의 51%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대략 38%에서 12%포인트 이상 상승한 50%다.

모든 게 개선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출산율은 하락하고 초혼 연령은 높아졌다.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2020년 0.84명으로 급감했다. 남녀 모두 초혼연령은 5세 이상 늦어졌다. 1990년과 2020년의 초혼연령을 비교해보면 남성은 27.8세에서 33.2세로, 여성은 24.8세에서 30.8세로 만혼현상이 나타났다. 첫째 아이 출산 연령도 1993년 26.2세에서 2020년 32.3세로 6년 이상 늦어졌다.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35세 남성이 배우자가 있는 비율은 1990년 93%에서 2015년에는 59%로 대폭 줄었다.


인구구조 변화는 선거가능 연령 분포도 바꾸어 놨다. 선거가능 인구 중 29세 이하는 1995년 29.1%에서 2020년 22.7%로 6% 포인트 이상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60세 이상은 12.9%에서 21.7%로 무려 9% 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각종 사회적 선택을 하는 선거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진다.

물은 아래로 흐른다. 그래야 된다. 청년세대는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교육의 혜택을 듬뿍 받고 디지털 원주민으로 자란 우리 청년들은 이전 그 어느 세대보다도 뛰어난 능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려면 이들의 이유 있는 저항에 기성세대가 답해야 한다. 이들이 저항하는 이유를 귀담아 듣고 깊이 공감해 주어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현실을 개척하고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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