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MLB 팀 관계자, 전·현직 선수들은 물론 선수협회와도 논의한 끝에 스포츠로서 MLB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최선책은 올스타전 개최 장소를 이동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MLB는 기본적으로 모든 미국인들의 투표권을 지지하며 투표 참여에 대한 제약에 반대한다”며 “이미 2020년 MLB는 미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단체 시빅 얼라이언스(Civic Alliance)에 가입했다”고 덧붙였다.
조지아 주의 투표법은 사전 투표를 하기에 더욱 힘들어지고 주 정부가 이 과정에서 더욱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이는 특히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흑인과 다른 유색인종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전 투표의 경우 투표를 할 수 있는 일자와 시간이 줄어들어 인구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는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이런 영향을 받게 될 지역 가운데에는 민주당 지지층이 밀집해 있는 애틀랜타와 주변 카운티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22년 만에 조지아 주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첨병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 등 도시 교외에 민주당 지지층인 고학력자들이 늘어났고, 사전 투표를 통해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유색 인종의 투표 참여가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흑인과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있는 조지아 주 투표법 개정에 대해 행동으로 저항한 MLB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계열 인사는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민주당 계열 인사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조셉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법안 개정은 “21세기 짐 크로우 법”이라고 일갈하며 간접적으로 이에 저항하거나 비난했던 MLB와 애틀랜타에 본사가 있는 코카콜라와 델타 항공 등 미국 기업들을 옹호했다.
조아 주 투표법 개정에 맞서 전통적으로 백인의 스포츠로 알려진 MLB가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미국 내에서 여러 가지 추론이 나오고 있다.
2020년 모닝컨설트브랜드 인텔리전스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MLB는 NBA(프로농구)와 NFL(프로풋볼)에 비해 미국 국적의 흑인 선수 비율이 낮고 자연스레 흑인 팬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팬들의 정치 성향에서도 NBA와 NFL에 비해 공화당 지지자가 많다.
특히 이번에 투표법 논란 때문에 올스타전을 개최할 수 없게 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MLB 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의 팬들이 공화당 지지자로 조사된 바 있다.
MLB는 이처럼 공화당 지지 성향의 팬이 많고 상대적으로 흑인 팬의 비율이 적은 프로 스포츠 리그이다. 하지만 MLB는 미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1947년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입단과 출전을 허용해 ‘흑인 차별’ 개선과 관련해 선도적 역할을 했으며 아시아와 라틴계 선수들과 팬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던 대표적인 리그였다.
이 때문에 MLB는 지난 해 코로나19 사태 때부터 거세게 이어진 ‘Blcak Lives Matter(흑인의 인권은 소중하다)’ 운동과 미국 내 아시아 혐오 폭력 등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리그의 입장을 표명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측면에서 리그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팬의 외연 확대에 이번 MLB의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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