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얼은 좀 그렇잖아" 갑자기 사라진 MLB 광고, 누리꾼 더 화났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1.04.08 07:51

"여자는 모자로 맨 얼굴 가려야" F&F MLB, 사과없이 성차별 논란 광고 삭제

논란이 된 MLB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사진출처=MLB 공식 인스타그램
"런드리 샵 가기 좋은 오후 쌩얼은 좀 그렇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

F&F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MLB의 공식 인스타그램 광고 카피에 성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소비자들의 항의 댓글이 이어지자 MLB 측은 사과문도 없이 광고 게시물을 일괄 삭제해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MLB는 이달 MLB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MLB 의류와 모자를 착용한 여성 모델의 화보를 여러 장 게시했다. 광고 화보는 한 여성의 일상을 시간대별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MLB가 올린 광고 문구였는데 "런드리샵 가기 좋은 오후, 쌩얼은 좀 그렇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 "해지는 저녁이라고 방심하지 마! 쌩얼 사수!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라는 내용이었다. 여성이 집 근처를 외출하며 일상 생활을 할 때 '생얼'(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밖을 나가면 안된다는 문구를 반복해서 강조한 것이다.

광고 의도는 "MLB의 대표 제품인 볼캡으로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지만 여성은 집 근처를 가볍게 외출할 때조차 화장을 해야한다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얼굴을 잘 가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댓글에는 "빨래방 갈 때 화장하는 사람이 어딨어", "여자는 얼굴 들고 다니지 말고 가리라는 광고 잘 봤다" , "소비자는 생얼을 가리는 모자가 아니라, 착용감이 좋은 모자를 원한다",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MLB 불매하자", "이제 MLB모자 쓰면 생얼 가리려는 여자로 낙인 찍히겠다" 등 항의성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F&F 측 대응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MLB는 해당 광고를 사과문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차례 차례 삭제했고 고객들의 항의성 댓글마저 게시글과 함께 삭제된 것이었다.

누리꾼들은 "사과문도 없이 게시글을 지우면 없었던 일이 되는가", "말없이 삭제로 대응하는 마케팅팀이 완벽한 불매를 부른다", "논란이 된 게시글에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삭제를 하는 행위는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것, 이번 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 제대로 각인됐다"며 사과와 해명 없는 광고 게시글 삭제에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20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는 남녀갈등과 성차별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에 따르면 만 19~34세 여성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꼈으며 남성 절반 가량은 남성이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된 MLB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사진출처=MLB 공식 인스타그램
성차별은 비단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슈가 아닌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올해 초 패션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는 여성고객 유치를 위해 여성에게만 쿠폰을 지급한 사실을 지적한 남성 고객 계정을 60일 이용 정지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무신사 측은 한 차례 입장문을 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명백한 당사의 실책이고 잘못"이라며 직접 사과문을 올렸으며 고객들을 대상으로 20%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무신사를 불매하겠다는 고객의 항의는 계속됐고 이후 무신사는 사과에 사과를 거듭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성차별 이슈에 민감한 MZ세대(18~34세) 고객이 많은 무신사는 사안의 심각성을 빠르게 깨달았기 때문에 그나마 신속하게 대응한 편이었다.

한 누리꾼은 "성차별과 관련된 작은 논란에도 다른 기업들은 사과를 하는데 MLB는 논란의 게시글만 삭제해버리고 끝이다"며 "광고를 하려면 시대의 흐름을 좀 읽고 하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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