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 초반 여론조사 선두로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피며 판세가 뒤바뀌었다. 여기에 여권의 '헛발질'이 막판 역전을 노리던 박 후보의 발목을 잡으며 일찌감치 승패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의 '예견된 패배'를 낳은 결정적 장면들을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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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심 불지른 LH 사태…'내로남불' 논란까지━
판세를 급격하게 기울게 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LH 사태였다. 지난달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불붙은 부동산 민심이 여권에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집값 상승으로 민감하던 민심은 공직자는 물론 민주당 현역 의원과 가족들의 투기 의혹과 맞닿으며 폭발력이 커졌다.
민주당이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선 데 이어 박 후보도 특검 도입을 제안하며 국면 전환을 노렸다. 하지만 선거 막판 '부동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번지며 민심 수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전세가를 14% 가량 올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 끝에 물러났다. 이어 '거지갑'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이미지를 내세워왔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법 통과 한달 전 임대료를 이전 계약보다 9%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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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계속된 박원순 소환…'2차 가해' 책임론━
박 후보는 이같은 비판 목소리를 의식한듯 몸을 낮췄다. 박 후보는 선거기간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피해 여성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수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피해자가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박원순 리스크'가 다시 전면에 떠올랐다. 당시 피해자는 '피해호소인' 호칭 사용을 주도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긴 침묵을 지키던 박 후보는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나섰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은 모두 선거캠프에서 자진 하차했다.
'2차 가해'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박 전 시장을 추켜세우는 글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임 전 실장은 다음날인 24일에도 박 전 시장의 주요 정책들에 대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잇따른 '박원순 소환'에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박 후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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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태탕'이 뭐길래…네거티브 공세 속 엇박자도━
하지만 이같은 '네거티브 전략'은 큰 효과를 두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박 후보는 내곡동 땅 의혹 문제제기에 대해 "네거티브라는 말에 동의하기 힘들다"며 일축했지만, 선거 막판 두 후보 대신 '내곡동', '생태탕'이 부각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당 내에서도 "내곡동 땅 문제의 심각성이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당 내부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박 후보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의원은 오 후보 사퇴를 요구하며 "상황에 따라 중대결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고했다. '중대결심'의 의미를 두고 야권에선 '박 후보 사퇴'를 언급하는 등 논란이 확산했다. 이에 박 후보는 사퇴설을 일축하며 "(진 의원 발언은) 사전에 교감이 있던 게 아니다"라며 직접 수습에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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