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고치면 뭐하나..분양권 전매 피해자 갈등 안풀린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1.04.05 19:53
불법청약 분양권 전매로 계약취소 위기에 몰린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선의의 피해자임을 호소하며 단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불법청약 당첨자로부터 분양권을 샀다가 낭패를 본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주택법을 바꿨지만, 소급적용을 하지 못한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법이 바뀐 이후에도 조합, 시행사 등 사업주체와 분양권 전매자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 40여 가구 재분양, 시행사 vs 시공사 소송전으로 번져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해운대 마린시티자이 입주자 40여 가구에 대한 계약취소 문제를 놓고 시행사인 성연과 시공사인 GS건설이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당초 성연은 2016년 불법청약 당첨자로부터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수한 입주민 40여명이 국토부 사후검증 과정에서 적발되자, 해당 가구의 공급계약을 취소하기 위한 소송전을 준비했다. 이들 중 36가구는 국토부와 해운대구청으로부터 불법청약과 관계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분양당첨 분양권은 계약취소를 할 수 있다'는 법을 근거로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성연과 입주민들 사이의 법적 분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GS건설이 원만한 합의를 권고한 국토부 입장을 수용, 이들과의 계약취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성연 측에 전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분양계약 구조상 GS건설이 동의하지 않으면 성연 독자적으로 계약취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성연 측은 GS건설의 '계약취소 거부' 부작위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이후에도 원만한 합의를 조율했지만, 최근 불거진 미분양 3가구 임의분양 논란을 계기로 적극 대응 기조로 돌아섰다.

GS건설 관계자는 "임의분양 논란 당시 시행사 측은 신탁약정에 따라 분양계약 및 관리 권한이 시공사에 있다고 밝혔다"며 "내부 법리검토를 거쳐 임의분양 이외 나머지 세대들도 시공사에 분양계약 관리권한이 있다고 판단해 성연과 분양권 전매 문제로 퇴거분쟁 중인 40여 가구에 대해서도 계약해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추가적인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GS건설이 사실상 소송 대리전에 나서자 앞서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 대표 모임은 일단 추가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 단지 전경. /사진제공=DL이앤씨


아크로리버하임 계약취소 분쟁 4가구도 소송 장기화


서울 동작구 흑석7구역 재개발 단지인 ‘아크로리버하임’ 분양권을 샀던 A씨 등 4명은 조합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해당 분양권이 불법청약을 통해 당첨된 점을 전혀 알지 못했고, 사후 경찰 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입증됐다고 주장한다.

A씨는 거듭된 민원 제기를 통해 최근 국토부로부터 계약유지를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선의의 피해자가 확인된 경우 사업주체가 계약취소 권한을 남용해선 안된다는 게 공문의 핵심"이라며 "배임 등 법적책임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조합도 신속히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은 소송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성식 조합장은 "A씨 본인은 분양권 전매 선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이게 사실인지 여부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필요하다"며 "원고(A씨)가 이기면 계약취소를 하지 않고 당사자에 분양하면 되고, 조합이 이기면 회수해서 재분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조합장은 재분양시 분양가에 대해선 "입주 후 시세가 많이 올랐고 물가상승률, 금융비용을 고려하면 취득원가가 달라졌다"며 "원분양가로 공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시행령을 고쳐 이런 불법청약 가구 재분양시 원분양가 공급을 원칙으로 했지만, 이 역시 소급적용 불가 한계로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이 문제로 시세 20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 5채가 입주 후 3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실로 남아있다. A씨는 계약금과 중도금 이자비용을 돌려받지 못한 만큼 계약은 아직 유효하며 국토부 권고 등을 고려할 때 조합의 계약취소는 월권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조합은 불법청약 분양권은 계약취소가 원칙이고 A씨가 선의의 피해자인지 여부는 법원 판단에 달렸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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