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의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50실 이상 숙박업소에서 무상으로 일회용 위생용품을 줄 수 없다. 객실 수를 고려하면 4~5성급 특급호텔들은 당장 올해 안에 기존에 비치했던 일회용 어메니티의 대체품을 마련해야 한다.
'일회용품 퇴출'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호텔산업에서 일찌감치 다뤄 온 문제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며 대다수 특급호텔들이 종이나 사탕수수로 만든 빨대를 도입하는 등 플라스틱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일회용 어메니티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세계 최대 호텔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IHG(인터컨티넨탈 호텔그룹)가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호텔들에서 쓰이는 어메니티를 대용량 용기에서 짜서 쓰는 디스펜서식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일례로 메리어트와 IHG는 올해까지 마치기로 했던 대용량 용기 변경 정책을 일시 중단했다. 국내 특급호텔들도 3~4성급 브랜드부터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비즈니스 브랜드인 롯데시티호텔과 L7에서 쓸 300ml 용량의 샴푸 용기를 주문, 연내 교체하기로 했지만 시그니엘과 롯데호텔 등 5성급 브랜드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고급 이미지로 먹고 사는 5성급 호텔에서 일회용 어메니티가 갖는 중요성과 경영효율성 등을 감안할 때 대용량 용기가 적절한 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여전하다. 명품 일회용 어메니티로 차별화된 호텔서비스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롯데 시그니엘과 그랜드 하얏트 제주가 각각 딥디크, 발망 등 인기 명품 브랜드가 만든 만든 샴푸를 비치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를 대용량으로 바꿀 경우 위생관리 뿐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셈법이 다소 복잡해진다.
일회용 어메니티가 사라졌을 때 느낄 소비자들의 아쉬움도 부담요소다. 호텔 이용객들 사이에선 어메니티 자체가 숙박 기념품으로 챙기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특급호텔들은 이 같은 투숙객의 특성을 반영, 일회용 어메니티를 활용한 프로모션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서울신라호텔의 경우 전날 스위스 화장품 브랜드 셀코스메트 셀멘 키트를 주는 호캉스 패키지를 내놓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자체 친환경 어메니티 개발로 문제를 해결한 호텔도 있다. 아난티는 고체 타입의 샴푸 '캐비네 드 쁘아쏭'을 개발, 전국 호텔과 리조트에 배치했다. 플라스틱을 줄이면서 일회성 사용이 가능하단 설명이다. 아난티 관계자는 "고체 타입이라 불편하단 고객도 있지만, 한 번에 쓸 수 있고 환경오염 우려도 없어 대체로 반응이 좋다"며 "따로 구매해가는 투숙객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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