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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D-8…키워드는 '네거티브'━
여야 후보가 확정된 후 첫 맞대결인 전날 MBC 100분 토론에서도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처가 상속받은 내곡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오 후보는 처가 초등학생 때 상속받은 땅으로, 보상을 받으려 땅을 산 게 아니며, 자신이 시장으로서 특혜를 받은 점이 없단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지만 박 후보는"거짓말" "말바꾸기"라며 오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에 공을 들였다.
오 후보는 이날 영등포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정책 위주로 토론을 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박 후보가 제기한 '단독주택용지 특별분양' 의혹에 대해 "추가 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당의 네거티브 공세는 내곡동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중랑구 유세에서 "4월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자"며 오 후보를 '쓰레기'라 칭해 선을 넘었단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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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바라보는 與, '졌잘싸' 전략?…"득표율 격차 줄여라"━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선 지더라도 최대한 작은 차이로 져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서울에서 너무 큰 차이로 지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준비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초 불리한 것을 알면서도 당헌당규를 바꾸는 무리수를 쓰며 후보를 낸 이유"라고 분석했다.
네거티브 전략은 정치혐오와 불신을 부추겨 투표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박 후보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중도층이 오 후보를 지지하지 않도록 막거나,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아울러 소위 '샤이 진보'의 분노를 자극해 투표장으로 이끄는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질 때 지더라도 상처를 많이 주자는 의도가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선 벌써 재보궐 선거 이후를 내다보는 듯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옹호 발언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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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낮추면 野 불리…진중권 "막대기 세워도 당선"━
서울 자치구 25개 중 24개를 장악한 민주당의 막강한 조직력을 총동원해 얻을 수 있는 박 후보의 표가 일정 규모 이상임을 전제할 때 국민의힘으로선 투표율을 높일수록 승산이 높다고 판단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박 후보를 약 15~17%포인트 차이로 앞서지만(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내부적으론 두자릿수 차이가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5~7%포인트 차이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서울 유권자 850만명 중 40% 투표율을 가정하면 340만명인데 민주당이 당원을 총동원하면 150만표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남은 180~190표 중 군소후보 표를 감안하면 큰 차이가 나기 힘들다"고 했다.
다만 현재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이 주효한지는 의문이란 평이 많다. 여론조사 추이에서 두 후보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서다. 민주당의 계속된 비방전은 역으로 중도층으로 하여금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기보다 여당 심판 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9일 페이스북에 "네거티브 백날 해봐라, 통하나"라며 "대중의 분노를 읽어야지, 지금 '사람' 보고 찍는 것 아니다. 막대기를 세워놔도 당선될 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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