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선 쿠팡이츠가 압도적"…'매출 1조' 배민은 왜 밀려났나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21.03.30 19:00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쿠팡
배달 앱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단건 배달을 앞세운 쿠팡이츠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빠르게 잠식하면서다. 마케팅에서 단건 배달로 이어지는 배달 시장 '쩐의 전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30일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4.4% 증가한 1조995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배민은 2010년 서비스를 내놓은 이후 1조원 매출을 처음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마케팅 경쟁과 프로모션 비용 지출 등으로 11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적자지만 전년보다 적자폭은 69.2% 줄었다. 코로나19(COVID-19) 등 영향으로 지난해 자영업자가 배민을 통해 올린 매출인 앱 거래액은 15조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트렌드 이끄는 강남 3구의 승자 된 쿠팡이츠, 로켓배송 전략 한번 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표면적으로는 배민이 업계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는 듯 보이지만, 강남 3구에서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배민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상 배민 45%, 쿠팡이츠 45%, 요기요 10% 등으로 파악되지만 점심·저녁 피크타임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절반을 이미 웃돈다는 말이 나온다.

요식업과 배달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자못 심각하다.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쿠팡이츠와 배민을 비교하는 글이 매일 같이 올라온다. "확실히 쿠팡 콜이 압도적이다" "강남에서는 배민이 밀린 듯하다" "아파트 출입할 때 보면 쿠팡이 배민보다 훨씬 많다" 등의 반응이 오간다.
아직 쿠팡이츠의 전국 시장점유율은 1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다음 달 제주·강원에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단건 배달을 전국으로 확대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로켓배송'의 입소문을 냈던 쿠팡의 전략이 다시 한번 통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단건 배달 한번만 시켜보면…소비자 경험의 파괴력 절감한 배민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단건 배달은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배민, 요기요 등의 묶음 배달과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한 번에 3~5곳을 배달하는 묶음 배달은 도착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웠고, 1시간을 넘어가기도 일쑤였다. 단건 배달의 경우 시간을 50%가량 단축해 평균 20~30분 이내에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쿠팡이츠 소비자 사이에서는 '음식이 식지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등 긍정적 후기가 나온다. 결국 한번 단건 배달을 경험한 소비자라면 다시 비슷한 금액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묶음 배달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달 앱 부동의 1위였던 배민까지 기존 서비스 모델의 변화를 적극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와 소비자가 모두 단건 배달을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묶음 배달을 고수하기 쉽지 않다는 고민이다.


여기에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의 부재는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김 의장은 지난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국내 시장 안정화를 발판으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쿠팡이츠의 도전이 거세진 상황이다.

배민 관계자는 "미국이나 이런 곳에서도 이미 단건 배달이 대세가 됐고, 실제 소비자 반응도 좋다"며 "쿠팡이츠가 무섭게 단건 배달로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니까 사업모델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어야 하나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턱없이 부족한 라이더 숫자, 결국은 비용 싸움으로 이어질 듯


서울 시내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다. /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단건 배달이 결국 2차 '쩐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19년 서비스 출시 이후 전방위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해 온 쿠팡이 최근 뉴욕 상장으로 확보한 두둑한 실탄을 단건 배달에 투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단건 배달은 묶음 배송보다 많은 라이더가 필요하고,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실제 쿠팡이츠는 지난해 라이더들에게 피크타임 주문 1건당 2만원에 달하는 배달비를 내걸기도 했다. 이달 초 집단 파업 당시에도 1만원 프로모션으로 라이더의 발길을 돌려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과거 물류에서 쿠팡이 썼던 전략을 배달시장에서 그대로 쓰고 있다"며 "사업모델을 바꾸는 것은 막대한 자금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좋은 쿠팡과의 경쟁을 타 업체들이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라이더들은 배달 업계에 확산하는 단건 배달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플랫폼 업체가 배달 시간은 강제하면서도 배달비를 줄여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 조사에 따르면 라이더 10명 중 8명은 단건 배달로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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