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사람을 품다, 상생을 꿈꾸다

머니투데이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 2021.04.01 04:43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사진=서울시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렸다. 1967년 도심 개발로 영등포와 청계천 등의 철거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면서 마을이 생겨났다. 낡은 집과 좁고 가파른 골목, 상수도가 없어 만든 공동 우물, 길거리에 가득한 연탄재, 하루 두 번 오는 버스로 도심과 연결되었던 곳, 옛 주소인 중계동 산104번지에서 유래한 이름, 노원구 중계동 30-3번지 일대 '백사마을'이다.

무려 40여년 가까이 개발제한구역이었다가 2008년 해제되면서 재개발이 가능해졌다. 지은 지 50여 년이 된 낡은 집을 모두 철거하고 아파트를 신축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주거지가 획기적으로 바뀌겠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이들이 짐을 싸고 떠날 상황에 몰렸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낡은 주거지에 재개발로 아파트를 신축하는 건 필요했지만 한번 내몰림을 당했던 이들을 기존의 정비사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내몰 수는 없었다. 고민하고 머리를 맞댔다. 어떻게 하면 세입자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이들이 백사마을에서 계속 터를 잡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의 고향을 지킬 수 있을까. 재정착률을 높일 수 있을까.

답은 하나였다. 상생(相生), 함께 살이. 도시는 수많은 건물과 도로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도시의 기본은 사람이다. 사람이 있어야, 사람이 살만한 곳이어야 도시는 존재한다. 그래서 도시는 사람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빈부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모두 '함께 살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것이 개발과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유일무이한 상생형 주거지재생인 주거지보전사업을 백사마을에 적용한 이유다.

백사마을 재개발사업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업성이 낮고,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당초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포기했다. 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새로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면서 다시 시작되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공동주택 설계안의 층수를 놓고 주민 간 의견이 갈렸다. 그렇게 오랫동안 표류하고 방황할 때마다 '상생'이 닻이 되었다. 상생을 기치로 내걸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협력했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 갈등전문가를 파견해 갈등을 조정하고 지역 주민의 요구사항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 지난달 4일 사업시행계획이 인가되면서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은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백사마을의 상생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다.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백사마을의 지리적 특성상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기존 지형을 최대한 보전·활용하고, 총 2437가구의 저층과 고층주택이 불암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성된다.

둘째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즉 신구(新舊)의 공존이다. 재개발사업을 통해 도심 내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함과 동시에 60년대 이주 당시 애환어린 삶의 기억·추억·장소들을 보전해 과거와 현재가 상호 공존하는 장소로 변모한다.

마지막으로 공동체를 통한 공생이다. 기존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높여 둥지 내몰림을 방지하고 '소셜믹스+에이지믹스'로 원주민들의 주택 크기,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이 유입되는 청년·예술가 등 다양한 계층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된다.

보전과 개발이 어우러지며 상생을 추구하는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은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은 상생을 꿈꾸는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변신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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