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정 노동법 후속조치 신중해야

머니투데이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2021.03.31 05:05

지난 2020년 출범한 제21대 국회는 여대야소로 슈퍼 여당이 등장했다. 당·정·청이 작심만 하면 모든 법률을 입법할 수 있는 엄청난 판세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여세추이로 작년 말 내지 금년 초에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서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노동관계3법 개정 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제87호 협약(결사의 자유?단결권 보호), 제98호 협약(단결권?단체교섭권 원칙 적용), 제29호 협약(강제 또는 의무근로 금지)] 비준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100대 과제 중 ‘노동존중 사회 실현’ 부문에 포함된 것을 가볍게 이행한 셈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가 치열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단결권’만 강화될 경우, 노동조합 측으로의 ‘힘 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노사관계는 한층 더 불안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런데도 슈퍼 여당은 단독으로 ‘헌법 개정’보다 어렵다는 노동관계3법 개정을 속전속결로 처리해 버렸다. 여당은 ILO 핵심협약의 비준에 따른 국내법 정비의 명분을 내세워 ‘단결권’에 편중했다. 주된 내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상 정당한 해고자·실직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5급 이상·소방 ‘공무원’ 및 유치원·대학 전·현직 ‘교원’도 동일),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폐지’, 근로시간면제제도 ‘개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적 열세인 야당은 단독 처리라는 절차적 흠결과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노사 불균형, 해고자·실직자 등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으로 인한 노사 갈등 유발 등을 규탄하며 퇴장해 버렸다. 경제계는 발품을 들여 여당의 대문을 두드리면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같이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직접적 형사처벌 삭제’,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 사용자의 대항권에 관한 보완 입법을 강하게 간청했지만 묵살됐다. 경제계는 향후 개정 노조법이 시행될 경우 노동조합의 단결권이 크게 강화되는 반면, 사용자의 대항권은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한 개정이 없기 때문에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푹푹 쉬는 형편이다.


그나마 금년 7월 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노조법에 대한 신중한 후속 조치를 통해 현장에서의 노사관계 불안을 해소하고, 법시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했으면 한다. 먼저 고용노동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이관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정부·공익의 입김이 배제된 최대한 ‘노사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운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정 노조법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을 제대로 정비해 현장에 조속하게 안착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해고자·실업자 등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 ‘제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 유지기간 확대, 사업장 점거행위 신고 등을 통해 노사관계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비준 이후 1년이 경과한 내년 초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협약 비준에 따른 추가 노조법 개정 쟁점 과제로 기업별 노동조합의 임원 자격 제한, 행정기관의 노동조합 설립신청 반려 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추가적인 쟁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에는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형사처벌 규정 ‘폐지’, 대체근로의 ‘전면 허용’ 등 사용자의 대항권 보완도 함께 논의해야만 한다. 이때는 국제노동기준에 맞춰 ‘힘의 균형’을 회복한 노사관계의 토대가 구축되길 소망해 본다. 나아가 노사정이 숙의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미래 노동법’의 구상을 마련하는 것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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