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명 피로 물든 '미얀마군의 날'…5살 아이까지 죽였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1.03.29 10:32

바이든 미국 대통령 "끔찍하다, 대응책 검토"

지난 27일 미얀마 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시민들의 관이 놓여있다./사진=AFP
미얀마 국군의 날에 군부가 반쿠데타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4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군경의 발포로 어린이를 포함한 비무장 시민들이 사망하자 국제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29일 가디언과 미얀마 나우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경이 국군의 날인 지난 27일 전국 40개 도시에서 시위대를 무차별 강경진압하면서 지난달 쿠데타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학살에 가까운 군경의 총격에 어린이들도 희생됐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군경이 시위대를 찾기 위해 주택가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해 집에 있던 13세 소녀 등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로이터는 현지 매체를 인용해 만달레이 사망자 중에 5살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이날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어린이 7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끔찍하다"고 언급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다. 보고 받은 것에 따르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완전히 불필요하게 목숨을 잃었다"며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국군의 날에 군이 자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폭력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미얀마 군부는 국군의 날을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주재 EU 대표단은 "이번 제76회 미얀마 국군의 날은 영원히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어린이를 포함한 비무장 시민들에 대한 학살은 옹호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미얀마 시위대가 군부가 발포한 뒤 남은 탄약통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AFP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파르한 하크 부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의) 지속적인 군사적 탄압은 용납될 수 없다"며 "미얀마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앨리스 와이리무 은데리투 유엔 대량학살 방지 특별 고문과 미셸 바첼렛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군은 평화적인 시위대에 광범위하고 치명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며 "도망치는 시위대에 총을 쏘고 어린아이들을 구하지도 않은 군경의 부끄럽고 잔인한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 12개 국가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도 지난 27일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미얀마 군부 및 경찰의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며 "우리는 미얀마 군대가 폭력을 중단하고 미얀마 국민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달 1일 수치 고문과 핵심 정부 인사들을 구금하는 등 쿠데타를 단행하고 1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다시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헌법에 따라 다음 총선은 1년간의 비상사태 해제 뒤 6개월 이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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