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PEF 역차별 끝…우리도 이제 쿠팡 등 유니콘 기업 투자"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21.04.13 05:10

[자본시장법 개정, 사모펀드의 변신③] 김영호 PEF운용사협의회 회장 인터뷰

김영호 사모펀드협의회장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쉽지 않은 3년이었다. 2018년부터 국회와 입법조사처 문턱을 닳도록 드나들었지만 법 개정은 요원했다. 지난해 라임과 옵티머스 사고 직후엔 '사모펀드'라는 이유로 눈총을 받았다.

"힘들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나 언론도 사고 친 헤지펀드와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크게 보면 똑같이 사모펀드니까 운용 규제를 풀어주는데 거부감을 느끼더라구요. 그걸 설득하느라 일주일에 닷새 연속 미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IMM PE(프라이빗에쿼티) 본사에서 김영호 PEF운용사협의회 회장(IMM PE 수석부사장)을 만났다. 그는 PEF협의회 간사단으로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자본시장법 개정안(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 통과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었던 인물이다. 때문에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번에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크게 사모펀드를 일반과 기관 전용으로 나누고 투자자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는 내용이다. 라임, 옵티머스 등 사고가 잇따랐던 헤지펀드에는 준(準) 공모 수준 규제를 적용하고, PEF 운용 규제는 풀어주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외국계와의 역차별 논란이 있었던 10%룰과 대출 금지 규제를 없앴다. 지금까지 국내 PEF들은 투자시 대상기업의 의결권 10%를 취득하거나 이사임명권을 받아야 했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이 같은 규제가 없어 단 3%의 지분으로 현대차를 흔들었다.

김 회장은 "가장 기대되는 것은 우아한 형제들이나 크래프톤 등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망 유니콘 기업 마이너리티(소수지분)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라며 "이전에는 수천억을 투자해 10% 지분을 확보하거나 이사회에 참여해야 해 사실상 투자가 어려웠고 빈자리를 해외 PEF들이 독점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호 사모펀드협의회장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PEF업계 골칫거리였던 소수지분 투자시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PEF들은 통상 경영권이 없는 소수지분 투자시 IPO(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IPO 불발시 안전장치로 드래그얼롱(동반매각요청권), 콜옵션(우선매수권) 등의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최근 교보생명에 역소송을 당하고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실상 계약서 자체가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투자금 회수도 빨간 불이 켜졌다.

그는 "소수지분 투자시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금지했기 때문에 '드래그얼롱+콜옵션' 조합을 써왔는데 앞으로는 IPO에 실패하면 원금에 이자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계약조건을 단순화할 수 있다"며 "계약조건이 단순해지면 분쟁거리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양한 투자기법이 허용된 만큼 PEF 업계의 분화 가능성도 커졌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은 "IMM이 크레딧솔루션 법인을 설립하고 MBK가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를 만들었듯 특정 투자전략을 쓰는 조직이나 펀드가 많이 생기면서 업계가 다변화될 것"이라며 "400%까지 레버리지 투자도 가능해져 수익률 제고 기회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PEF도 대출이 가능해진만큼 사모대출펀드(PDF)가 활성화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로 큰 한 걸음을 내디뎠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PEF에 달린 '기업사냥꾼'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일, 회계 방식 개혁 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PEF는 평균 5년 투자기간 동안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 매력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한다"며 "영세한 운영방식, 오너 전횡 등 기업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때문에 중장기적 기업 가치나, 산업 발전에도 기여한다. 또 PEF가 전문경영인을 등용하면서 2세 승계를 당연시하는 문화도 바꿔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PEF의 긍정적 역할이 많은 만큼 '기업사냥꾼'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객관적 기여도를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기 내 회계 가이드라인이나 세법 등 PEF 업계에 맞지 않는 내용을 바꾸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PEF 투자시 보통 'J커브 효과(초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현상)'가 있어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회계는 매 분기 단위로 평가하니까 맞지 않다"며 "LP(투자자)들이 PEF에 출자하면 자본비율이 불리해지는 문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 대한 기대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제도 개편으로 다양한 기회가 생겼지만, 지나친 머니게임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본질적 목표 외에 단기이익을 쫓는다면 언제든 헤지펀드처럼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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