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통신 아닌 AI기업…ABC로 서비스로봇 생태계 구축"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21.03.29 07:00

로봇 신사업 맡은 이상호 AI로봇사업단장 인터뷰
"서비스로봇 수요처에 최적화된 토탈솔루션 제공"
로봇에 KT 'ABC' 기술력 입혀 디지털전환(DX) 지원

지난 19일 광화문 KT사옥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이상호 AI로봇사업단장
2009년 개봉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써로게이트'(Surrogates)는 인간이 '대리로봇'으로 모든 일상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미래를 그린 영화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의 '휴머노이드'(humanoid) 아바타가 모든 일상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아직은 초현실적 상상에 가깝지만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와 결합된 로봇은 상상 이상의 빠른 속도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어메니티 로봇과 서빙로봇이 호텔과 식당을 누비고, 물류 배송로봇과 방역로봇은 물론 치킨을 직접 튀기는 셰프로봇, 커피를 끓이는 바리스타로봇도 등장했다. 반려로봇과 시니어(고령층) 케어로봇 등 개인 맞춤형 로봇 시대도 연내 본격 개화한다.

"테슬라(전기차)의 등장 이후 로봇산업의 패러다임이 산업용로봇에서 서비스로봇으로, 하드웨어 경쟁에서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제가 KT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만난 이상호 KT AI·DX융합사업부문 AI로봇사업단장(46)은 "전세계에서 5G와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로봇과 결합해 DX(디지털전환) 사업을 하는 건 KT가 첫 사례"라며 "많은 기업이 로봇을 만들고, DX 기업을 표방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 제공하는 토탈솔루션을 가진 곳은 KT가 유일하다"고 힘줘 말했다.

KT는 지난해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통신회사(텔코)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고 로봇사업을 8대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국내 산업용 로봇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등 로봇사업의 보폭을 연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KT가 AI로봇사업단을 신설하자 외부에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KT의 AI로봇사업 관련 기사엔 "통신사가 로봇을 만든다는 것이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 단장은 "KT는 5G 네트워크 기반의 AI 전문기업"이라며 "통신사가 로봇을 만드는 게 아니라 AI 전문기업이 제조사와 수요처를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토탈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최근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이 뒤늦게 로봇관리 플랫폼과 기술을 제공하는 인큐브드IT(IncubedIT)를 인수하는 등 KT처럼 로봇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에서 직원들이 KT AI 호텔로봇을 사용하고 있다./사진=KT

KT가 로봇사업에서 특히 주목하는 건 코로나19 감염 확산 이후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서비스로봇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세계 서비스로봇 시장 규모는 2019년 310억 달러(약 37조원)에서 2024년 1220억달러(약 146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로봇연맹은 서비스로봇이 이미 제조업 산업용 로봇시장 규모를 추월해 로봇산업의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본다. 가정과 직장, 호텔·식당 등 일상의 곳곳에서 영화가 그리는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KT가 이 단장을 영입한 것도 서비스로봇 시장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이 단장은 지난해까지 글로벌 로봇 솔루션 전문기업인 스위스 ABB의 한국 법인(ABB코리아)에서 서비스로보틱스 사업부 총괄과 마케팅 및 영업지원 총괄을 겸직한 국내 최고 로봇 전문가다.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영업과 마케팅, 고객지원 등 로봇 사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꿰고 있는 이 단장은 산업용·서비스로봇 제조사와 수요처를 발굴하고, 각 수요자에 커스터마이징(최적화)한 KT의 로봇 솔루션을 구축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 단장은 "서비스로봇은 산업용과 달리 국내외에서 아직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며 "네트워크 관제와 AI, 음성인식, 반자율주행 등 혁신기술이 필요한 서비스로봇의 특성상 수요처의 전체 서비스에 로봇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모든 인프라 기술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 생태계를 이끌어야 한다. KT가 이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 판매와 설치, 컨설팅, 운영 등 서비스로봇 통합 서비스 인프라를 완성해 수요기업의 DX까지 책임지는 게 KT의 목표다.

이 단장은 "올해는 서비스로봇 생태계를 리딩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체계를 구축하고 상품 라인업을 갖추는 게 목표"라며 "로봇 판매량 1만대 규모의 서비스 역량을 갖추고 수요 고객의 최접점에 있는 6대 광역본부와 협의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로봇 제조기술이나 솔루션을 가진 국내외 기업들과 '개방형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단장은 "현대로보틱스 외에 다른 유형의 서비스로봇은 대형 로봇 제조사와도 협업할 수 있다"며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대기업, 스타트업과 협의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고 했다. KT는 올 상반기 반려로봇을 출시하고, AI 아파트 실내외 배송로봇과 시니어 케어로봇 등으로 서비스로봇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KT의 사업재편 보폭이 핵심 신사업인 로봇 분야 인수합병(M&A)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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