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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K-콘텐츠에 올해만 5500억…디즈니+도 곧 상륙━
해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용을 늘리는 넷플릭스의 투자 행보를 감안하면 앞으로 3년 간 2조원 안팎의 K-콘텐츠 투자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올 하반기쯤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디즈니+ 역시 넷플릭스에 준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TV+,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다른 해외 OTT들도 독자 혹은 제휴서비스 방식으로 K-콘텐츠를 앞세워 조만간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에 안방을 내준 토종업체들의 반격도 시작됐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넷플릭스의 월 사용자 수는 1001만여 명에 달했다. 웨이브(395만명), 티빙(265만명), U+모바일tv(213만명), 시즌(168만명) 등 국내 OTT 사용자 합보다 많다.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로 우주 SF 개봉영화 '승리호'를 보고, 집에서 '킹덤'과 '스위트홈', '인간수업'(이상 드라마 시리즈), '블랙핑크'(다큐멘터리) 등 K-콘텐츠를 시청하는 게 일상이 됐다는 방증이다. "자체 콘텐츠 경쟁력 없이는 플랫폼은 무의미하다"는 토종 OTT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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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콘텐츠에 4000억 투자"…SKT "웨이브, 5년간 1조 투자" ━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한 토종 OTT 맏형인 웨이브(Wavve)도 2025년까지 5년간 1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한다. 지난 2019년 3년간 3000억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확대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웨이브와 유료방송인 SK브로드밴드의 대주주인 SK텔레콤은 웨이브 유상증자에 참여(1000억원)해 힘을 보탠다. 웨이브는 특히 콘텐츠 기획·개발 전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최고콘텐츠책임자(CCO)도 외부에서 영입한다.
KT처럼 SK텔레콤도 넷플릭스나 디즈니+처럼 자체 플랫폼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얹는 종합 콘텐츠·미디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SK브로드밴드가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제휴해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를 B tv에서 제공하기로 한 것도 콘텐츠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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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4000억 투자 확대 가능성…왓차·쿠팡플레이도 콘텐츠 올인━
KT와 SK텔레콤의 이런 행보는 티빙과 왓차 등 경쟁 OTT의 투자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J 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은 최근 네이버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2023년까지 4000억 원을 콘텐츠·OTT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OTT 업계에선 티빙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규모를 앞으로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 토종 OTT인 왓차도 최근 590억 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OTT 쿠팡플레이를 선보인 쿠팡은 올해에만 1000억 원 가량을 투자한다. 미국 시장 기업공개(IPO) 성공으로 확보한 자금 일부를 오리지널 작품 제작 등 콘텐츠 차별화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가 한국에 진출하는 올해가 국내 디지털미디어 산업과 콘텐츠 시장에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콘텐츠가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토종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긍정적이다. 다만 투자 후 수익 회수까지 시간이 걸리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공룡 OTT의 물량 공세에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OTT 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이 'K-동맹'을 맺고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끌고 가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한 국내 OTT 관계자는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각자도생하면서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형국"이라면서도 "넷플릭스 등 해외 OTT와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 지면 합종연횡과 통폐합 필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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