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 댓글, 기자 모욕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1.03.25 10:49

[theL] 인터넷 뉴스 댓글에 "기레기" 악플 남긴 누리꾼..대법 "위법성 조각"

/사진=뉴스1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달아 기자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누리꾼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누리꾼 A씨에 대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2월 자동차 관련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악플을 게시,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레기'라는 단어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기자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법정에서 A씨는 기업에 유리한 홍보성 기사만 쓰는 기자들을 지칭한 말이었고, 다른 독자들에게 기사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한 댓글이었다고 항변했다.

1·2심은 기레기라는 단어에 모욕성이 충분하고, A씨가 다른 독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이 같은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봤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모욕 표현인 것은 맞지만, A씨가 이 단어를 사용한 맥락을 보면 기자에 대한 모욕이라기 보다 기사 비판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위법성 조각 사유로 인정돼 무죄 취지 판결이 내려졌다.


문제의 기사는 현대차에 쓰이는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인 MDPS의 장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MDPS의 안전성을 놓고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A씨는 기자가 현대차에 유리한 내용만 썼다는 불만을 품고 악플을 게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A씨의 의견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이라며 "기사의 제목과 내용, 이를 작성한 기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기레기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기사 및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라며 "문제의 기사에 대한 다른 댓글들의 논조 및 내용과 비교해 볼 때 A씨 댓글의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의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글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한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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