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와 목동이 나누는 대화 한 토막.
여행자 : 오늘 날씨는 어떨 것 같습니까?
목동 : 내가 좋아하는 날씨가 될 것입니다.
여행자 : 그걸 어떻게 아시죠?
목동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항상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것을 항상 좋아하자고 결심했지요. 그러니 오늘 날씨가 어떻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날씨가 되는 거죠.
보통 목동이 아닌 가 봅니다. 도 닦는 목동인가 봅니다. 깨달은 목동인가 봅니다. 이 목동에게 날씨는 물어봤자 입니다. 안 좋은 날이 없을 테니까요. 다른 것도 물어봤자 입니다. 안 좋은 게 없을 테니까요. 자신이 얻은 것을 항상 좋아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안 좋은 것을 안길 방법은 없습니다. 전혀!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얻을 순 없는 게 인생이지요. 그런데도 인생은 즐거울 수 있는 거군요. 내가 얻은 것을 항상 좋아하기로 결심만 하면. 그 결심 하나가 인생을 바꿉니다. 그 결심 하나가 모든 불행한 것들을 날려버립니다. 내가 얻은 것을 항상 좋아하기로 결심한 이상 나에게 안 좋은 것을 안길 방법은 없습니다. 전혀!
10년 전, 기자 일을 던지고 산골로 올 때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때 나는 내가 얻은 것을 항상 좋아하기로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그 안에서 편히 살기로 작정했으니까요. 그래서 지난 10년간의 백수 생활이 그리 즐거웠나 봅니다. 지난 10년이 내 인생의 황금기였나 봅니다.
이제 분명히 알 것 같습니다. 내 안에는 언제나 두 개의 스위치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있는 것을 좋아하는 ‘있음’ 스위치입니다. 또 하나는 지금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없음’ 스위치입니다. 둘 중 어느 스위치를 켤 것인가? 그건 내 마음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나에겐 있음과 없음 스위치 중 하나를 고를 양자택일의 자유가 있습니다.
두 스위치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겠습니다. ‘있음’은 내가 지금 가진 것에 주목하는 겁니다. 지금 가졌으므로 ‘있음’입니다. 갖고 있으니 좋습니다. 만족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없음’은 지금 없는 것에 주목하는 겁니다. 아직 갖지 못했으므로 ‘'없음’입니다. 갖고 있지 않으니 좋을 수 없습니다. 만족할 수 없습니다. 감사할 수 없습니다.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느 스위치를 켤 것인가? 당연히 ‘있음’ 스위치를 켜야지요. 사실은 숨만 잘 쉬어도 ‘있음’ 스위치를 켤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생생하게 살아 있으니까요. 그런데 도무지 그러지 않습니다. 나는 언제나 ‘없음’ 스위치를 누릅니다. 항상 지금 없는 것에 주목합니다. 있어도 택도 없다며 더더더를 외칩니다. 아무리 많아도 아직 아니라며 조금 더를 탐합니다. 그래서 늘 부족함을 느끼고 애가 탑니다. 평생 이런 식으로 욕망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살았습니다. 내 인생은 늘 부족했습니다.
나는 습관적으로, 자동적으로, 고질적으로 ‘없음’ 스위치를 누릅니다. 그러나 내게는 ‘있음’ 스위치도 있습니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있음’ 스위치를 누를 수 있습니다. 숨만 쉬어도 ‘살아 있음’의 스위치를 누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내가 얻은 것을 항상 좋아하기로 결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위대한 결심입니다. 그 결심 하나로 인생이 바뀝니다. 지금 당장 좋아지고, 무조건 좋아지고, 죽을 때까지 좋아집니다. 누구도 나에게 불행을 안길 수 없습니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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