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돈, 귀한 집(2)[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금융부장 | 2021.03.23 04:35
 정치가 쇼일 수는 있겠지만 ‘쇼’로는 집을 짓지 못한다. 살 만한 집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을 수사한다고, 모든 공직자의 부동산 재산등록을 하게 한다고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 관심을 딴 데로 돌려 분노한 사람들을 잠시 달랠 수는 있어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온갖 명목으로 돈은 풀면서 “공급은 충분하다”며 주택공급을 막았다. 그러니 집값을 붙들어 두려면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집을 넘치도록 공급하거나, 둘 다를 하거나 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 1월 시중 통화량(M2)은 1년 전보다 10.1%(41조9000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지난해 연간 통화량은 9.3%로 역대 최대였다.

 반면 지난해 서울의 주택인허가건수는 1년 전보다 6.6% 줄었다. 2014~2019년 평균보다 25.9% 급감했다. 전국으로 넓히면 1년 전보다 11.9%, 5년간 평균보다 24.1% 감소했다. 2~3년 뒤 주택공급은 더 희소할 수밖에 없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처럼 아파트는 빵이 아니다. 당장 공급을 늘릴 방법은 누구에게도 없다. ‘공급쇼크’ 수준이라고 정부가 립서비스한 2·4대책은 5년 뒤인 2025년까지 택지라도 확보하면 다행이다. 그때부터 지어도 입주까지 3년은 걸린다. ‘83만가구 공급’은 ‘아무말 대잔치’다.

 돌이켜 보면 박근혜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연 7만가구에서 2만가구로 감축하고 택지조성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공급축소의 신호였다. 대신 아파트 재건축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당기는 등 재건축·재개발로 수요를 진작했다. 집값을 띄워 건설사의 부실을 해소하고, 은행의 건전성 훼손을 막고, 성장률도 끌어올리려는 시도였다. 문재인정부는 그나마 공급의 한 축이던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해 매물이 사라지게 했고 임대사업자들에게 혜택을 줘 매물을 더 잠갔다.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무뇌아처럼 정책을 써 시장을 왜곡했다. 그 결과 집값의 등락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2018년 말 한국은행을 압박해 긴축을 시도하더니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글로벌 차원의 전례 없는 돈풀기에 동참했다. 네 번의 추가경정예산을 책정해 돈을 쏟아부었다.


 화폐의 타락과 자산 인플레이션을 걱정한 사람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집을 샀다. 벼락거지를 모면하고 자산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을 가로막으니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에서 돈을 빌렸다. 더 비싼 이자를 물며 신용등급 하락을 감수하고라도 실물자산을 갖고 있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금융당국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인 DSR를 건드려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50조원 규모의 3기 신도시 보상금은 풀리기 시작했고, 가덕도 신공항 같은 사업이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막 쏟아져나올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자산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고 특히 주택가격은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와 전세가격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유동성을 조일 수 없다면 ‘시장이 원하는 주택’을 더 짓겠다는 시그널을 주고, 당장 지을 수 없다면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수 있게 정책을 전환하는 제스처라도 해야 한다.

 참여정부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공급을 확대하기보다 세금(종합부동산세, 양도세)을 더 거두는 방식과 같이 수요를 틀어막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참여정부는 정권을 잃었다. 문재인정부 역시 집값앙등과 세금폭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불변의 사실은 당분간 돈은 흔하고 집은 귀하다는 것이며 문제는 정권의 임기가 끝나도 정책실패로 인한 폐해는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한은 보고서의 지적처럼 자산불평등과 금융불균형은 더 심화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산 불평등은 단지 계급·계층간뿐 아니라 세대간 갈등을 더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두고두고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할 ‘부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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