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박 터지게 싸우는데, 반도체 업계는 조용한 이유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 2021.03.23 05:55

배터리 시장을 두고 국내외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 유출이 화두로 떠오르고 완성차 제조업체의 한 마디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와 다르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다소 조용한 모습이다. 경쟁 업체의 신제품 발표에 업계가 충격에 빠지거나 공개적인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을 보기 어렵다.

기술 형태나 발전 방향 등 다양한 차이 중에서도 주목받는 것은 두 시장의 성숙도 차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이제 첫 싸움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반면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이미 여러차례 사활을 건 싸움을 겪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최근 전기차 상용화에 발맞춰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 신생 시장인 만큼 진입을 시도하는 업체 수는 많고, 주도권 다툼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유럽 지역의 배터리 후발주자들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를 만드는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내재화'를 잇따라 선언하며 싸움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이와 다르게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치열한 싸움의 결과다. 기술력에서 밀리거나 이익을 내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살아졌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남은 시장이다.

D램 시장을 예로 들면 2007년 대만 D램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첫 번째 치킨게임이 벌어졌다. 그 결과로 점유율 5위였던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다. 2010년 벌어진 2차 치킨게임에서는 3위 일본 엘피다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무너졌다. 엘피다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으로 인수됐다.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 체제'로 시장이 재편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출로 점유율 42.1%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가 29.5%, 마이크론이 23%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다른 한 축인 낸드플래시 시장도 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삼성전자 아래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치열한 다툼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새로운 업체가 진입을 꿈꾸기 어려운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 지원 아래 생겨난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집적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혁신을 일궈온 D램은 미세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경쟁 업체를 무너뜨리겠다는 목표 설정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라며 "치킨게임으로 소수 기업이 남은 이후로는 함께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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