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대란' 日공장까지 불나자 나온 말.."일부러 이럴래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윤세미 기자 | 2021.03.22 10:25
일본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 /사진=뉴시스

미국 텍사스 지역의 한파에 따른 단전 조치로 세계 1, 2위 차량용 반도체업체의 생산라인이 한달 이상 가동 중단된 데 이어 세계 3위의 일본업체 생산라인까지 화재로 한달 이상 조업이 불가능해졌다.

차량용 반도체 기근으로 포드, GM, 토요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감산에 내몰린 상황에서 시름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일부러 이럴래도 쉽지 않은 일이 한꺼번에 겹쳤다"는 자조가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일본 이바라키현 나카 공장에서 지난 19일 화재가 발생해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화재 피해가 발생한 곳은 300㎜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시설로 주로 자동차 운행을 제어하는 차량용 반도체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만드는 공장이다. 화재는 5시간 반만에 진화됐지만 해당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르네사스는 화재 사고로 장비 11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건물 피해는 없지만 정수 공급과 공조 등 일부 장비와 제조 장비의 피해가 확인됐다. 현재 르네사스가 생산을 마친 재고 물량은 1개월 분량 정도로 전해진다.

르네사스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한달 정도 뒤에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완전 정상화까지 보통 수개월이 소요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업계 1·2위의 NXP, 인피니언 등 지난 2월16일 이상 한파에 따른 단전 조치로 가동 중단된 미국 텍사스 지역의 반도체업체들도 한달 넘게 재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르네사스 내부에서도 "생산 중이던 재고를 사용한 물량은 조기 출하가 가능할지 몰라도 화재 전 공급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번 사고로 전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르네사스는 피해를 입은 마이크로 컨트롤러 제품군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정도를 차지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특히 르네사스의 주요 고객인 토요타가 화재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르네사스의 주요 고객사는 토요타 외에 포드, 애플, 폭스바겐 등이다. 토요타는 지난 19일에도 유럽 한파와 북미 공급망 차질을 이유로 체코공장 조업을 2주 동안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넘어 스마트폰, 서버 등 다른 시장으로 확산할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기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에 주문이 몰리면서 반도체 전반의 공급 부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도 지난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와 반도체 관련 부품의 수급 불균형이 매우 심각해 올해 2분기 반도체 부족 현상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산차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경우 최근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줄었을 당시에도 경쟁사와 달리 반도체 재고를 충분히 비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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