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 시킨다더니…이미 투기한 LH직원, '소급처벌' 못한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21.03.19 12:30
[과천=뉴시스]배훈식 기자 =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계속된 12일 오후 LH 직원 투기 의혹이 확인된 경기 과천시 과천지구 모습. 2021.03.12. dahora83@newsis.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땅 투기를 했더라도 이들이 신도시 보유 땅을 처분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에서 공공주택 특별법, LH법을 개정해 토지몰수, 이익금의 최대 5배 벌금을 물리기로 했으나 '소급적용'은 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개정법이 이달 즉시 시행되면 시행 이후 투기행위에 대해서만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셈이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농지법이나 토지보상법을 적용, LH 직원을 대토보상에서 제외하고 토지를 강제처분 명령을 내릴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땅을 팔아 남는 시세차익은 몰수할 수 없다.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는 마지막 카드가 남았으나 2006년 판례를 보면 토지몰수 전례가 없고 차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결국 "패가망신" 수준의 강력처벌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익금의 5배 벌금 때리겠다더니..소급적용 무산돼 이미 투기한 LH 직원은 처벌어려울듯


19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14건, LH법 개정안 10건을 병합심사해 위원회 대안으로 수정 의결했다. 개정안은 이달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고 즉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땅 투기를 한 LH 직원이나 공무원, 공직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업무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했거나 이를 제3자에게 알려 제3자가 투자한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이익금의 5배(최대 10억원)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투자금이 들어간 재산을 몰수할 수도 있다. 현행 '최대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비해 제재 수준을 대폭 강화된 것이다.

문제는 개정법이 이달 안에 즉시 시행되더라도 이미 신도시 등에 땅투기를 한 LH 직원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소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사회적인 공익을 감안할 때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야당 의원들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맞서 결국 소급적용 조항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개정법 시행 이후 투기 행위에 대해서만 강력처벌이 가능한 셈이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이나 LH법 상으로는 투기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20명의 LH 직원은 아예 처벌조차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직원은 신규택지 개발에 직접 관여한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으로는 처벌을 할 수 없다. 제3자의 투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 조항이 없어서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3.19/뉴스1


현금보상으로 2년간 올라간 땅값만큼 시세차익 가져갈듯.. 2006년 부패방지법 판례 있으나 차익 4억원 챙겨


정부는 농지법과 토지보상법을 적용해 실제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1년 이내 토지 강제 매각을 시키고 대토(토지)보상, 협의양도인 택지, 아파트 입주권 등 추가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오로지 '현금보상'만 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들이 토지를 강제 매각하거나 현금보상을 받더라도 시세차익은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허점 투성이'란 지적이 나온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신규택지 지정 발표일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통해 현금보상을 하는데 LH 직원은 과거 2년 전에해당 토지를 구입했기 때문에 2년간 오른 시세 차익만큼 현금으로 돌려 받을 수 있다. 실제 광명시흥 지구는 과거 2년간 많게는 땅값이 50% 가량 뛰었다. 토지몰수를 하지 않거나 징벌적인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 한 이들은 벌금 5000만원만 내면 시세차익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개정 법의 소급적용이 불가능한 만큼 결국 부패방지법에 따라 처벌하는 '카드'가 유일하게 남는다. 부패방지법에서는 업무상 비밀을 제3자가 이용한 경우라도 처벌할 수 있고 이익, 재산 몰수도 가능하다. 7년 이하 징역, 70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된다. 다만 이익을 실현하지 않는 경우 토지를 원천 몰수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리 해석이 엇갈린다. 토지 몰수를 한 전례도 없다. 특히 LH 직원들이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투자가 아니다"고 항변할 경우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판례를 보면 2006년 과천시 한 공무원이 업무상 알게 된 개발정보를 이용해 땅을 샀다가 부패방지법으로 처벌된 사례가 있다. 도로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전 1504㎡을 3억7000만원에, 맹지 139㎡를 8000만원에 매수했다가 1년여 만에 16억5000만원에 팔아 12억원의 전매차익을 거뒀다. 대법원은 징역 1년6개월, 추징금 7억3857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패방지법으로 땅 투기를한 공무원을 처벌한 드문 사례지만 12억원의 시세차익에서 벌금을 빼면 4억원이 넘는 돈은 챙겼다.

결과적으로 LH 직원을 비롯한 공무원이 신도시 등에서 땅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토지몰수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세차익의 일부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패가망신" "일벌백계"를 강조했으나 사회적인 '공분'을 가라앉히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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