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은 '장관이 정치적인 목적에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정치인 출신의 장관이 특정인을 견제하기 위해, 또는 특정인을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사지휘권을 사용한다고 비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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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4번째 수사지휘...노무현 정부 1번, 문재인 정부 3번━
법무부장관이 최초로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를 한 것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다. 당시 천정배 장관은 '6·25는 통일 전쟁'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고 사직했다.
이후 15년간 사용되지 않았던 수사지휘권은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에 의해 2차례나 사용됐다. 추 장관은 지난해 7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려 하자 절차를 중단하고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며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10월에는 라임자산운용의 로비 의혹과 윤 전 총장 가족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에서 빠지라는 수사지휘권을 추가로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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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배제, 여권 인사 구하기로 요약..."정치적 중립은 어디갔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세번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윤 전 총장과 여권 인사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며 "검사들로서는 정치적인 지휘권 행사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는 이미 재판까지 다 끝난 사건에 대한 것이라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외부인 입장에서도 이 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데 검사들은 어떻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검찰 내부 반발은 컸다. 전날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도 많은 검사들이 내부게시판에 비판글을 올리고 있다. 신헌섭 남부지검 검사는 아예 "(박 장관을)'정치인'으로 봐야할지, '국가공무원'으로 봐야할지 고민에 빠져있다"고 썼다.
그는 "검사는 법상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자 '정치적 중립'을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하는데, 자꾸 전임 장관부터 지금 장관님까지 '같은 당 동지' 나는 여당 국회의원' 표현으로 본인의 정치적 지위와 스탠스를 강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인으로 수사지휘를 한 것인지 국가공무원 입장에서 지휘를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또 장관은 어제 수사지휘의 근거로 공정(公正)을 말했지만, 검찰구성원과 다수의 국민의 눈에는 공정(空正)으로 잘못 비춰질 수 있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인식을 장관이 만들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법률가는 "여권 지지자들 눈에는 정치검찰에 대한 견제로 보일 수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장관이 이미 유죄 확정판결 받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면 반대에 있는 검찰 역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은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도 책무"라며 "이번 지휘가 공정한 것이라고 국민을 더 설득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천재인 수원지검 검사는 이날 “전무후무한 대법원 확정 판결 사안에 대해 대체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검찰이 공소유지 과정에서 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검찰의 구성원으로 알 권리가 있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생중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률가로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내려진 것인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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