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① '모던코리아' PD "총독부 첨탑 해체, 효수 연상시켜…인상적"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3.18 09:06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kbs '모던코리아' 이태웅PD 인터뷰. 2021.3.1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KBS 1TV '다큐인사이트'의 '모던코리아' 시리즈가 시즌2로 돌아왔다. '모던코리아'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던 이태웅 PD가 연출한 '포스트 모던코리아'가 지난 11일 방송으로 시즌2의 포문을 열었다. '모던코리아' 시즌2는 총 4편으로 구성됐고, 4월1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될 예정이다.
'모던코리아' 시리즈는 지난 2019년 방송 당시 1980년대말 통일운동 열기를 다룬 '우리의 소원은' 편을 시작으로 대우그룹의 흥망성쇠를 다룬 '대망' 편, 대학입학 중심 교육의 문제를 다룬 '수능의 탄생' 편,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주제로 한 '시대유감, 삼풍' 편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특히 각 편당 50분 분량을 오로지 과거 영상자료와 인터뷰로만 재구성한 독특한 형식은 방송계에서 신선한 기획이라는 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모던코리아' 시리즈는 KBS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영상을 활용하면서, 그동안 방송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과거 사건들의 뒷이야기까지 거침없이 담아내며 눈길을 끌었다.

최근 뉴스1은 '우리의 소원은' '포스트 모던코리아' 편을 연출하며 '모던코리아' 시리즈의 시즌1과 시즌2의 시작을 알렸던 이태웅 PD를 만났다. 이태웅 PD는 인터뷰를 통해 88 서울올림픽을 주제로 한 '88/18'부터 시작된 푸티지 다큐멘터리의 제작기와 '모던코리아' 시리즈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놨다.

KBS 1TV '다큐인사이트-포스트 모던코리아' © 뉴스1

-시즌2 첫 포문을 연 '포스트 모던코리아' 편은 구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중심으로 다뤘는데.

▶보통 '모던코리아' 다큐멘터리 기획은 아카이브 기반이다 보니깐 인상에 남는 자료 위주로 진행한다. 근데 조선총독부 철거가 그 당시 굉장히 큰 행사였더라. 헬기도 동원해서 촬영할 만큼 공을 들인 행사였다. 또 첨탑을 드러내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크레인으로 첨탑을 들어올려서 전시를 하는데 마치 효수를 하는 장면 같이 인상적이었다. 그 이후에 리서치를 하면서 재밌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포스트 모던코리아'는 문민정부(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 이후에도 일본문화에 빠져있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데.

▶여러가지 느낌을 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문화라는 걸 막을 수 있는가 생각이 들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이벤트를 성대하게 했지만 과연 이것이 나라가 주도해서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실 그 장면은 재밌는 게 일본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제 어린 시절에도 그랬고, 그 장면은 그 당시 한국 어디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여서 그냥 쓰게 됐다.

-'포스트 모던코리아' 작업을 위해 모은 아카이브 영상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영상 속에서 지금은 안 쓰는 말들이 많이 나오더라. 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게 '민족정기'였는데 그런 단어들이 9시 뉴스 리포트에 나오는 부분이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같았으면 비과학적이라고 했을 텐데 이런 것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구나 생각했다.

-다큐멘터리 속에 인터뷰이를 출연시키지 않는 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하는 의도인가.

▶중립적인 태도와는 상관이 없다. 사실 이번 편은 인터뷰를 하려고 여러 인터뷰이를 만났는데 인터뷰이로 선정된 분이 지금은 상당히 연로하시더라. 그 분들도 생각만큼 기억을 못하시는 부분들이 많아서 인터뷰 없이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과거 방송 속 흡연 장면을 감각적으로 모자이크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는데.


▶흡연 장면 모자이크는 끝까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30년 전에는 담배 피우는 장면이 방송에 그대로 노출이 됐는데, 과연 그걸 시간이 흐른 후 방송으로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흡연욕구를 가질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당연히 심의 때문에 가리게 됐다. 근데 그것도 그냥 모자이크로 가리면 웃길 것 같아서 '모던코리아'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하얀 선들을 이용해서 모자이크를 하게 됐다.

KBS 1TV '다큐인사이트-포스트 모던코리아' © 뉴스1

-'모던코리아'가 사랑받는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저는 교양국 소속이 아니라 스포츠국 출신 외부인이다 보니깐 보통 교양국에서 교육받는 트레이닝을 받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그간의 다큐멘터리와 달랐던 점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던 건가 싶다.

-푸티지 다큐멘터리의 레퍼런스가 된 작품이 있나.

▶처음 시작할 때 본부장이 프랑스 예술영화처럼 만들라고 하셨다. 이후에 질 들뢰즈의 영화이론도 보내주시더라. 그러니깐 정말 자유롭게 만들어도 되겠구나 하면서 마음은 편해지더라. 만드는 형식에 있어서 기존의 형식에 크게 구애 받지 않아도 된다는 그린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BBC의 아담 커티스라는 제작자가 있다. 그 사람도 푸티지 만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푸티지 만으로 다큐멘터리가 되는구나,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최근 방송사에서 과거 자료화면들을 이용한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어지는 추세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방송 3사가 아카이브를 활용하게 된 것이 조금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해먹고 살게 그것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전체적인 시대 흐름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 영상을 보고 있으면 재밌다. '우리의 소원은' 편을 만들 때 느낀 거지만 영상 하나가 가지는 에너지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만큼 에너지가 대단한 시대였구나 느끼게된다. 지금은 그만큼의 에너지가 없는 것 같아 슬픈 느낌도 든다.

-이번 '모던코리아' 시즌2는 대략 어떤 이야기로 꾸며지나.

▶앞서 첫회는 조선총독부 철거 이야기를 다뤘는데, 2회는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의 대선 도전기를 다룬다. 대선에서 실패한 다음에 보복을 당하고 사람이 늙어가는 과정이 전체적으로 보이더라. 세 번째 이야기는 성폭력특별법이 만들어지게 되는 1990년 초중반 몇가지 사건들에 대해 다룬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업그레이드 되는 그 시기의 이야기가 담긴다. 마지막 편은 90년대 초반 본격적인 아이돌 K팝이 나오기 전에 어떤 음악이 있었고,또 이수만이라는 사람은 무엇에 영향을 받고 H.O.T라는 그룹을 만들게 됐나를 다룰 예정이다.

<【N인터뷰】②에 계속>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주머니서 돈 빠지는데" 자전거 타고 '슝'…그 돈 주운 여성이 한 행동
  2. 2 "아들아 딸아, 내 재산 이렇게 나누거라"…유언장 안 쓰고 '은행' 간다
  3. 3 빵 절반 먹었는데 바퀴벌레가…빵집 사장, 돈 몇장 주며 "진단서 떼와"
  4. 4 1억이 5억 됐는데 "더 오른다"…영업익 1200% 오른 이 주식
  5. 5 "암투병 딸 숨지기 전 바람난 '무명 가수' 사위…재산 상속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