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대출받아 땅 산다…상호금융, 비주담대 30조 껑충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전혜영 기자, 김평화 기자, 김상준 기자, 박광범 기자 | 2021.03.18 06:00

[MT리포트]가계대출, 2금융권 풍선효과(下)

편집자주 |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가계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린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2금융권은 금리를 낮춰 시중은행에서 대출한도가 줄어든 고신용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이제 당국은 2금융권에 대한 규제카드도 만지작거린다. 두더지잡기 게임이 연상된다.



"이가 없으면 잇몸?"···저축銀·상호금융, 풍선효과 '톡톡'


강도 높은 주택시장 규제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부동산 관련 대출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은 금융당국의 부동산 규제가 시중은행과 수도권, 아파트에 집중된 사이 '투기'의 우회경로 역할을 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1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신협·수협·산립조합 등 상호금융의 지난해 말 총 대출 잔액은 401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과 비교해 35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이 중 부동산담보 대출 잔액은 349조1000억원이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91조6000억원, 비주택담보대출(비주담대) 잔액이 257조5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주담대는 2019년말 89조원과 비교해 3%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비주담대는 2019년말 226조8000억원과 비교해 13.5%가 늘었다.

1년간 증가한 상호금융 대출 잔액 35조7000억원 중 30조7000억원이 비주담대 잔액의 증가로 나타난 결과였다. 비부동산은 아파트 등 주택을 제외한 토지, 상가 건물 등을 지칭한다.

시중은행은 농지 등 토지에 대한 담보대출을 꺼린다. 가치 산정이 어렵고 변동성이 커서다. 그러나 상호금융은 지점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토지담보대출 경험도 많다. 비주택담보대출이 상호금융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다.

그러나 최근 3기 신도시 토지를 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대부분이 북시흥농협에서 토지 감정가의 70%를 대출해 땅을 사들여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두자릿수 이상 오른 비주택담보대출 잔액과 맞물려 상호금융이 '땅 투기'의 우회경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상호금융 한 관계자는 "투기꾼들이 대출을 농협에서 받았을 뿐 농지 담보 대출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논란의 소지가 나오지 않도록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토지 담보대출을 관리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경우도 총 대출 잔액이 지난해말 기준 77조6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9.4%가 늘었다. 상호금융과 달리 저축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잔액 비중은 크지 않다. 지난해 말 25조7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잔액의 33%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15.8%가 증가했다. 2019년말에는 저축은행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이 2018년말보다 3.7% 정도 증가했었다. 여수신이 가능한 2금융권이 시중은행을 정조준하고 있는 대출 규제 풍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흐름도 곧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만지작 거리고 있어서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20%가까이 증가한 저축은행 대출 증가추세에 대해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떤 규제 내용이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2금융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은행 막으니 2금융이 반사이익…이자 더 내는 고신용자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은 더 이상 중저신용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로 은행에서 돈 빌릴 길이 없어진 고신용자들이 2금융으로 넘어와서다.

17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저축은행 신용대출 중 금리 14% 이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8.9%로 1년 전(28.1%)보다 10.8%p 증가했다. 금리 10% 이하 신용대출 비중이 15.4%로 지난해 2월 7.8%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저금리 대출 취급비중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고객들의 신용점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신용점수가 높은 고객들이 예전보다 더 저축은행을 찾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축은행들은 생애 첫 내집 마련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고객이나 코로나19(COVID-19)로 생활자금이 빠듯해진 고객들을 공략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우대 금리를 깎고,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 것이 한몫했다. 시중은행에서 최대 한도로 대출을 받은 고신용자들이 추가대출을 받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고객들의 범위가 고신용자까지 확대되면서 주요 저축은행들의 여신 건전성 지표도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을 보면 SBI저축은행은 2.64%로 1년 전 3.51%에 비해 0.87%p, 페퍼저축은행은 6.64%에서 4.96%로 1.68%p 각각 낮아졌다.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을 이용하는 고신용자도 늘었다. 대출규제가 없었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고객들이 상당수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 연 10% 이하 금리 카드론 신규 이용액은 전체의 13.3%였다. 그러나 2020년 9월에는 연 10%이하 금리 이용액이 19.9%로 크게 증가했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로 올 들어서 증가추세는 더 가팔라진 것으로 추정한다.

고신용자는 카드론을 이용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우리카드의 경우 신용점수(KCB 기준) 950점을 초과하는 고신용자 카드론 금리가 지난 1월 기준 6.06%다. 최우량 고객(평균 신용점수 959점)은 '우카 마이너스론‘을 최저 연 4.0%에 이용할 수도 있다.


신용평가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의 장기연체가능성은 2018년 기준 0.03% 수준으로 매우 낮다. 장기연체가능성은 1년 후에 3개월 이상 연체를 경험한 비율이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카드사에 나쁠 게 없어 카드론을 늘리는 추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1금융과의 금리격차는 여전하지만 추가 한도라는 장점이 확실하다"며 "고신용자의 수요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맞춤형 영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사 임원은 “보험사들의 경우 당국에서 총량을 늘리지 말라고 해 대출마케팅은 자제하고 있지만 고신용자가 넘어오고 있어 일정 정도까지 대출을 늘리는 건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당국의 규제로 인해 높은 금리를 물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나빠서가 아니라 한도가 준 것 때문에 2금융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이자를 더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관·김평화·전혜영·김상준 기자



금융당국, '풍선효과' 제2금융권 대출 옥죄기 나서나


정부가 부동산과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와 신용대출 규제에 집중한 사이 그 '풍선효과'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 대출수요가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터진 ‘LH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비교적 감독 사각지대에 있던 제2금융권의 대출을 좀 더 촘촘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더 커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이달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다.

금융당국은 대책에서 은행 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대출 규제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시중은행의 평균 DSR은 40%가 적용되고 있는 데 반해 상호금융은 160%, 저축은행·캐피털사는 90%, 보험사는 70%, 카드사는 60% 등 제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대출 규제를 강화하려는 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하자 그 풍선효과로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중·저신용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과도한 대출이 향후 가계금융의 '부실 폭탄'이 될 수 있는 까닭에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우려가 크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 주최로 열린 서민금융포럼에서 "지난해 금융권 전체 대출이 11% 늘었는데 저축은행은 20% 늘었다"면서 "모든 금융권 가운데 저축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가장 크다는 게 걱정스럽다"며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금융위는 지난 11일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자산 1조원 이상 대형저축은행의 개별차주 신용공여 한도를 20% 늘려주겠다면서도 가계대출은 예외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대출한도가 개인사업자는 50억원에서 60억원, 법인은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개인은 8억원이 유지된다.

최근 발생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역시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LH직원들의 땅 투기와 관련한 대출 대부분이 북시흥농협에서 이뤄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농·축·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 대한 대출 규제를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의 비주택 담보대출 실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은행권의 주담대와 비교해 제2금융권의 토지, 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이 그동안 감독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를 통해 최대 70%로 제한하고 있는 상호금융의 비주택 담보대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축소하거나 아예 감독규정, 시행세칙으로 규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상호금융 회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빡빡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제2금융권 전반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이른바 '두더지 잡기'식으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규제를 내놓는 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출받을 통로를 다 틀어 막으면 진짜 급전이 필요한 애꿎은 서민들이 제때 돈을 빌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2금융권 대출은 생활자금 등을 위한 수요가 많아 금융당국이 섣불리 규제에 나서는 게 '독'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고려해 '핀셋규제' 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2금융권 대출은 기본적으로 중·저신용자 위주의 생계형 대출이 기본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진짜 돈이 필요한 청년과 서민 등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가계부채 문제가 제2금융권으로까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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