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옷 입어봐" "살집 있네"…여성 면접자 울리는 질문들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 2021.03.15 14:32
#지난 1월 지방의 한 의류회사에 입사지원을 한 A씨(28). 회사 최종면접 자리에서 A씨는 면접관들로부터 옆에 걸린 옷들을 탈의실에서 입고 나와보라는 요구를 받았다. 함께 면접을 보던 다른 남자지원자에겐 묻지 않았다. A씨는 “모델도 아닌 디자이너로 지원했는데 옷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할 수 있다며 서너 차례 옷을 갈아입게 했다"고 토로했다. 면접을 마칠 때쯤엔 “보기와 다르게 살집이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

최근 동아제약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인사팀장이 성차별적인 질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오프라인 등에선 구직 중 비슷한 경험을 했던 여성들의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다. ‘나도 당했다’는 메시지가 더해진 성차별 '면접 미투'로 번지는 모양새다.



"야근 많은데 체력되냐"…여성이라는 이유로 들었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지난해 말 앱 개발 외주회사에 지원한 B씨(27)는 면접담당자로부터 “우리 회사 야근이 많은데 체력이 되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여기에 “바쁠 때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일한다”며 “얼마 전 그만둔 사람도 여자였다”고도 했다. B씨는 남성 비율이 높은 업계다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보려 했지만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A씨와 B씨뿐만이 아니다. 취업 포털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답변자 중 21.1%가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남성(9.6%)보다 여성(30.4%)의 비율이 3배 이상 높았다.

한 스포츠 광고대행사에 지원했던 C씨(28)는 면접에서 결혼 및 출산과 관련해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당시 면접관은 C씨에게 "보통 우리 회사는 남성과 여성 동기가 있으면 남자를 먼저 승진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여성 직원들의 경우 출산과 육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C씨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선 의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C씨는 "취업을 빨리 하고 싶다는 조급함에 당시 자리에선 없다고 말했지만 정말 화가 났다"고 했다.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성차별 면접과 관련된 글들이 적극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나이를 확인한 뒤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자 없다고 했더니 기가 세냐고 했다’, ‘지원서에 등록한 사진과 얼굴이 좀 다른 것 같다’는 식의 외모평가 발언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이다.



을의 입장이니 나서기 쉽지 않아…조직문화 개선 필요



지난 8일 브런치에 올라온 동아제약 여성 면접자의 글. /사진=브런치 캡처


동아제약은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인사팀장에 대해 보직 해임과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차별을 당해도 쉽게 나설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을 고발했던 면접자 역시 면접 이후 몇 달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기업의 여성용품 홍보 관련 영상이 화제가 된 것을 보고 나서기로 결심했다.

B씨는 “을의 입장이니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업계가 좁아 회사들 간의 지원자에 대한 크로스체킹이 가능한 경우엔 더하다”고 말했다. 향후 취업에 피해를 볼까봐 겁이 나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도 “면접에선 감정을 억누르고 답을 하고 돌아와서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나 하나 말한다고 해서 회사가 바뀔까하는 마음도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면접에서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가 사실상 채용 면접 성차별을 처벌할 법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 3항은 구인자가 구직자의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 등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기초심사자료상의 성차별적 조항만 금지하고 있어 면접 질문은 해당하지 않는다. 또 이 법은 30명 이상 고용 사업장에만 적용돼 중소기업은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조직문화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말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관계부처에서 채용 성평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법적인 근거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그럼에도 현장에서 면접 성차별이 계속 벌어지는 건 조직 내 지속되어 온 차별적인 문화와 관행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2019년 여성가족부는 성차별적 채용 근절을 위해 ‘성평등 채용 안내서’라는 이름의 책자를 제작하고 배포한 바 있다. 안내서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하는 것도 성차별의 사례로 꼽힌다. 면접 체크리스트에는 '특정성별에게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주제(예시: 군대 경험)에 대해 토론하도록 하거나 질문하지 않는다'는 문항도 있다.

신 교수는 “성차별뿐만 아니라 채용 과정에서 지역, 학벌, 연령, 장애여부 등 차이로 인한 차별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특정한 기준에 얽매여 가장 해당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지 못하면 결국 회사에게도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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