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불이 켜졌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21.03.13 07:5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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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세아이운형재단 후원 '피가로의 결혼'/사진=세아그룹
두 시간 남짓의 오페라 공연이 모두 끝났다. 객석은 텅 비어있었지만 출연진들은 그 어느때보다 큰 소리 없는 박수를 들었고, 끝없는 위로를 느꼈다. 폐업 상태나 다름없는 클래식 공연예술계엔 오아시스와도 같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해 최초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공연된, 세아이운형문화재단 후원 '피가로의 결혼'이었다.

작품 선정 과정부터 특별했다. 오페라는 보통 비장한데, 피가로의 결혼은 다르다. 희망과 화합, 용서의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한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영상으로 대중을 만나는데 한계가 있는 클래식계는 더 그렇다. 공연은 줄줄이 취소됐고 예술인들은 생계를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 그 어느때보다 희망과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술계만이 아니다. 비정상적 생활이 길어지면서 전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피로가 쌓이고 있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고민도 같았다. 지난 10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녹화'된 피가로의 결혼 공연은 그렇게 기획됐다. 예술계와 우리 사회 모두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의미있는 공연이 결정되자 예술인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피가로 역을 맡은 베이스 장세종 씨는 이 공연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급거 귀국해 2주 자가격리를 감수했다.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 소속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오페라 '살로메' 데뷔무대를 가진 바로 다음 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장 씨는 13일 다시 독일로 돌아간다. 예술의 본고장 유럽에서 촉망받는 예술인이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현지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한국으로 온거다. 이번 공연이 한국 예술계에서 갖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장 씨는 자가격리 기간중에도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언택트 방식으로 리허설에 빠짐 없이 참여했다. 그 만큼 소중한 공연이었다.


소프라노 라하영 씨도 마찬가지다. 독일 뉘른베르크 오펀스튜디오에서 활동하다가 바르바리나 역을 맡게 되자 곧바로 극장에 양해를 구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 공연에 출연했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 후원으로 유럽에서 성장한 예술인이어서 더 의미가 깊었다.

한 번의 공연으로 공연예술계 전반에 활기가 돌긴 어렵다. 그래도 이번 공연을 보는 예술인들의 시선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중단된 공연의 물꼬를 트는 한편, 언택트 공연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의 힘이 일상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이번 공연의 의미는 아주 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인들은 2차대전 독일 포위 당시 하루 빵 한조각 배급으로 연명하면서도 발레 공연을 무대에 올린 역사를 지금도 자랑한다.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문화를 향유하고 안식했다.

코로나19를 전쟁에 비할수야 없겠지만,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게 예술의 진정한 가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어려운 가운데서 이뤄진 공연에 쏟아지는 찬사 만큼이나, 중단없이 예술계를 후원해 온 기업의 역할도 고맙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의미있는 후원이 코로나19를 맞아 새삼 강조되는 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과 메세나에 작으나마 힘이 되길. 공연은 오는 20일 저녁 7시 네이버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방영된다.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세아베스틸 신년음악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세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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