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주택은 민간에, 택지개발은 지방에 넘겨라"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안재용 기자, 고석용 기자 | 2021.03.12 16:46
지난 9일 오후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남 진주 LH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직원 땅투기 의혹으로 국민신뢰가 땅에 떨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놓고 해체에 준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LH의 주택공급 기능은 민간에, 택지개발 기능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 등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내부정보를 악용할 경우 사후 처벌이 가능한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홍남기 부총리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범죄와 전쟁한다는 각오로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신도시 투기 의혹 1차조사 결과를 발포하면서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기재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LH의 기능조정 방안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 기능조정의 핵심은 개발사업에 대한 LH의 권한 축소가 될 전망이다. '해체 수준의 개혁'을 통해 1만여명의 조직을 대폭 줄이고, 내부 정보의 불법 유통·활용 가능성 자체를 없애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6년 전 나온 LH개혁 청사진…개발사업 축소·폐지


2015년 5월 나온 LH 기능조정방안. /사진=기획재정부
앞서 기재부는 2015년 비대한 LH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기능조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민간과 중복되거나 경합하는 주택공급사업을 대폭 줄이고 신도시·택지 등을 위한 토지개발사업은 새로이 벌리지 못하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최근 문제가 된 개발 기능을 민간에 넘기라는 것이다.

당시 기능조정안에 따르면 LH는 주거복지·도시재생 기능의 비중을 10년 내 37→50% 이상으로 늘리기로 돼 있었다. 민간과 시장에서 경쟁하는 60㎡ 초과 중대형 주택 신규공급에선 손을 떼고, 신도시 등의 토지개발은 기존 사업이 종료되면 끝내도록 했다. 특히 세종시, 전국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등의 국책사업은 사업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신규 벌리지 못하도록 했다.


또 LH의 공공주택지구·도시개발 기능은 구조조정하고 신규택지 공급은 임대주택 등의 택지에 한해 허용하되 지자체와 민간의 역할을 확대토록 했다. 재건축 사업은 민간에 이양하거나 폐지하고, 재개발 사업은 제한적으로만 수행할 것도 권고했다. 대신 LH는 임대주택·주거환경 개선·도시재생 등에 집중토록 했다.


"LH 기능 지방 공기업으로 이전…사후처벌 가능한 입법조치 필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 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전문가들은 LH가 지자체 산하 공사 등에 개발기능을 위탁하는 식으로 권한을 내려놓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LH의 독점적 정보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 공기업 등에 업무를 위탁하고, LH는 기본적으로 국토 전체의 컨트롤역할을 맡는 식의 부동산정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대학 교수 역시 "LH의 개발사업은 지자체의 도시공사 등을 활용하면 오히려 지역별 수요 맞춤형 개발을 통해 더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앞으로 공공재개발의 경우 LH는 지역주민이 받을 혜택을 외지인이 가져가는 일 없도록 감시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봤다.

주택공급 기능은 민간에 넘기는 게 맞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LH를 해체하는 식의 대안보다는 불필요한 조직을 축소하면서 민간에 넘길 수 있는 기능들은 넘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 교수는 "공공부문의 주도로 주택공급 등 모든 사업을 하던 방향성에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한편 사후 처벌을 위한 입법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내부정보 통제를 위해 이해충돌방지법과 같은 법적 제도가 있어야 한다"며 "이 경우 내부정보 활용의 사전 예방은 물론 업무관련 자산·부동산·주식을 숨길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2세 신발 만든 지 5개월 만 파경…지연, 황재균 흔적 싹 다 지웠다
  3. 3 33평보다 비싼 24평…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가격 역전된 이유
  4. 4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
  5. 5 티아라 지연·황재균 이혼 인정…"성격 차이로 별거 끝에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