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4명 죽인 줄 알았는데 모두 자연사?…호주 엄마, 기막힌 사연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 2021.03.12 11:40
자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18년간 옥살이를 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 여성은 네 자녀 모두 자연사했고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해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18년간 옥살이를 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 여성은 네 자녀 모두 자연사했고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해왔다.

1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캐슬린 폴비그라는 이름의 호주 여성은 지난 2003년 재판에서 맏아들 케일럽에 대한 과실치사, 패트릭·사라·로라 등 3명의 자녀 살해 혐의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아 18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해왔다.

당시 폴비그는 호주 역사상 '최악의 여성 연쇄살인범'으로 낙인찍혔지만, 폴비그는 꾸준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지적해온 과학계의 움직임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주 과학자와 의학 전문가 등 90명은 폴빅 사면과 즉각적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지사에게 전달했다.

서명인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 2명과 '올해의 호주인'으로 꼽힌 2명을 비롯, 전직 수석과학자 존 샤인 호주과학원장 등도 포함됐다. 샤인은 "이 사건에 존재하는 과학적·의학적 증거로 볼 때, 이 청원서에 서명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9년 수차례 청원의 결과로 폴빅 측의 항소와 관련 조사 이뤄졌지만, 법관들은 정황 증거와 폴빅의 일기장에 쓰인 모호한 내용에만 주목하며 폴비그의 자녀 살해 의혹을 인정했다.

당시 조사를 주도한 전직 판사 레지날드 블랜치는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아이들에게 해를 끼쳤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관련 증거는 폴빅 외에는 누구도 가리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계의 시선은 달랐다. 아동 및 공중보건 연구원인 피오나 스탠리 교수는 "정황 증거가 의료 및 과학적 증거보다 우선시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우리는 폴비그 자녀들의 죽음에 관련 새롭게 설명할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리 교수가 말한 새로운 관점은 최근 폴비그와 그의 두 딸 사라와 로라로부터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해당 유전자는 명칭은 'CALM2 G114R'이다. 캐롤라 비뉴사 호주국립대 면역유전학과 교수팀은 사라와 로라가 폴비그로부터 이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뉴사 교수는 "이 유전자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며 두 딸의 사인을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호주,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미국 등 6개국의 과학자들이 의학전문지 유로페이스(Europace)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해당 유전자가 다른 CALM 변이보다 인체 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장마비를 포함해 영유아들의 수면 돌연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사망한 네 자녀의 부검 결과를 재검토한 법의학자 스테판 코드너 역시 "이들이 살해당했다는 법의학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폴비그의 두 아들 칼렙과 패트릭에게서도 또 다른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과학자들은 이와 관련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BC는 만약 폴비그가 무죄로 뒤집힌다면 지난 1980년 울루루에서 아기를 살해했다는 누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린디 체임벌린의 사례보다 더 심각한 '최악의 사법 판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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