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우수한 여학생 피해본다…교대, 성비 제한 폐지 움직임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한민선 기자 | 2021.03.12 06:10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신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다음주 개학을 앞두고 신입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부산교대가 2023학년도 입학 전형에서 성비 적용 비율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국 초등교원 양성대학 13곳 중 세번째다(한국교원대 제외).

성별로 차등을 두지 않는다는 차원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남성 교원이 부족해 논란이 예상된다.



우수한 여학생 잡자… 부산교대, 성비 제한 폐지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산교대는 이달 초 열린 교수회의에서 2023학년도 대학입학 전형 기본계획안을 심의했다. 수시와 정시모집 모두에서 성비 적용비율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 대학은 최근 수시·정시에서 어느 한 성이 전체 합격생의 65%를 넘지 못 하도록 했다.

때문에 여학생이 우수한 성적으로도 선발되지 못하거나, 성비를 맞추지 못해 정원이 다음해로 이월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추진 배경에는 성비 제한을 풀어도 남학생 비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분석도 작용했다. 수능 수학 가형, 과학 가산점 적용 등으로 이과 남학생의 응시를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이달 말에 확정된다. 부산교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사항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 취합이 끝났고 결재 과정에 있다"며 "최종 심의 결과는 이달 말에 발표한다"고 말했다.

교대의 성비 제한 문제는 현장 요구와 입시 공정성이 부딪히는 난제 중 하나다. 교대는 여학생의 선호도가 높은 특성 상 대학에서 성비에 따른 제한 규정을 두고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2021학년도 모집요강 기준 성비 제한이 없는 곳은 교대 13곳 중 춘천교대 뿐이다. 이어 2022학년도부터 전주교대가 성비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부산교대가 폐지를 확정하면 세 번째가 된다.



선발의 형평성 vs 교육의 다양성


전국 교대에서 성비 규정이 적용된 것은 1983학년도부터다. 당시 인천교대(현 경인교대)는 '남·여 어느 한쪽 성이 7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성비 적용 선발 정책을 실시했다. 교육대 입학자 중 남학생 비율이 1982년 13.6%에 그쳤기 때문이다.

1985학년도부터는 다른 교대들도 비슷한 규정을 도입했다. 교대에서 성비 적용 선발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이후 남학생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교대 성비 적용 선발은 남학생 입학 비율과 시대 상황에 따라 강화와 완화를 반복했다. 최근에는 형평성 차원에서 성비 제한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춘천교대는 지난해부터 모든 입학 전형에서 성비 적용을 폐지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따랐다는 설명이다.

일반전형 기본사항을 살펴보면, 고등교육법 제34조에 따라 '교육목적에 비춰 균등한 교육기회를 침해하는 부적절한 기준(종교, 성별, 재산, 장애, 연령, 졸업 연도 등)으로 자격을 설정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춘천교대 관계자는 "대신 현장에서 남교사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자연계열 전공생 가산점 제도'를 도입했다"며 "법을 따르되 제도로서 해결할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산점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남성 및 자연계열 출신 교사 비율을 높여 성별·학문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교대 외에도 일부 교대들은 향후 입학 전형에서 성비 적용 비율을 없애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교사 부족한데"… 현장에서는 우려, 처우개선 목소리도


문제는 신입생 선발 시 성비 제한을 없애면 남학생 비중이 더 낮아져 일선 학교에 남교사가 더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특정 성별에게 유리한 입학전형을 유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남교사를 인위적으로라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는 남교사가 부족한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서울 공립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 303명 중 남성 합격자는 13.2%인 40명에 불과했다.

초등교사 김모씨(26)는 "남교사의 훈육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며 성비 제한 폐지에 우려를 표했다. 김씨는 "반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학생이 있었는데 여교사의 말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결국 남교사 지도를 통해 행동 교정이 이뤄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성비 할당제보다는 교사 처우 개선으로 자연스럽게 남교사 비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 전체에 대한 처우 개선을 통해 남성들의 교직 유인을 유도할 수 있게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남교사가 너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성비 폐지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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