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가운데 완성차회사와의 논의는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애플과의 협력 논의를 중단한 상태라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 닛산차 역시 애플과의 협력설을 부인했다. 또 애플은 지난해 페라리와 접촉했는데 논의된 내용은 불분명하지만 잘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테슬라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애플이 다른 완성차회사에 생산을 요청하는 건 아이폰 생산을 삼성전자에 요청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이 애플이라는 잠재적인 시장 파괴자를 순순히 돕는 데 주저하리라는 것이다. 애플은 차량, 내외부 설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뒤 자동차회사에 생산을 맡기는 시나리오를 원하지만 이 경우 자동차회사들은 자칫 애플의 파트너가 아닌 하청업체로 인식될 수 있다. 자사 브랜드 평판이 훼손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두 번째 선택지인 자동차공장 건설도 가능성이 낮다. 공장 건설은 엄청난 초기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 태블릿, PC 등에서 폭스콘이나 페가트론 같은 위탁업체에 생산을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그 덕에 애플의 마진율은 38%로 테슬라(21%), GM(20%) 등을 훌쩍 웃돈다. 자체 공장을 운영하는 테슬라는 2003년 설립 후 17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경우 마진율이 51%에 달하지만 이는 극단적 경우이며 대량 생산으로 이루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결국 애플은 아이폰처럼 애플카를 자동차 위탁제조사에 맡길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컨설팅회사 카랩의 에릭 노블 회장은 "위탁생산은 애플에게 익숙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면서 "기존 완성차회사와의 협력은 힘겨루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카 위탁생산을 맡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폭스콘과 마그나를 꼽는다. 폭스콘은 이미 아이폰 위탁생산업체로 애플과 오랜 사업관계를 유지해왔고 최근엔 자동차부문까지 진출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25년까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와 연간 25만대 전기차를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마그나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BMW, 재규어 등 고급 자동차를 위탁생산하고 있어 고급 자동차 제조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마그나는 5년 전 애플카 프로젝트 초기에 애플과 제조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마그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노블 회장은 "마그나의 작업은 놀라운 정도로 훌륭하다"면서 마그나가 애플에게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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