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부족한 게 아니다. 반도체를 만들 사람도 부족하다. 차세대 준비를 위한 연구인력은 더 절실하다."
요즘 반도체업계 인사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얘기하는 주제가 인력 부족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인터넷·게임 등 비대면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경쟁력 있는 인력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반도체업체들은 이미 인력 쟁탈전에 돌입했다. 최근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주요 업체들이 시설투자 확대에 나선 것도 인력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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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뒷서거니…경력·신입 공채 봇물━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자릿수 수준의 대규모 인력 충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와 생산기술연구소, 반도체연구소, 인프라총괄, 종합기술원, DIT센터, TSP총괄, 경영지원실 등 DS부문 10개 조직의 41개 분야에서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
삼성전자 독일 뮌헨 반도체법인과 미국 오스틴, 새너제이법인에서도 각각 차량용 LED(발광다이오드) 전문가와 GPU(그래픽처리장치)·AI 관련 전문인력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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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규모 대폭 확대…시기도 앞당겨━
지난해에는 4월에야 경력직 채용이 진행됐던 점을 감안하면 채용 절차가 1달가량 앞당겨졌다. 채용 규모도 지난해 '00명'에서 올해 '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TSMC·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도 美·日·印 동시채용
시선을 넓히면 해외 반도체업체들의 채용 움직임도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D램 세계 3위의 미국 마이크론이 올 들어 미국 현지와 싱가포르법인, 인도 하이드라바드 공장에서 경력사원을 채용 중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의 TSMC는 미국 애리조나법인에서 근무할 직원 채용을 시작했다. TSMC는 2024년까지 12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생산라인을 지을 계획이다.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와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 YMTC, CXMT 등도 경력직 채용에 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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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급성장 전망에 인재 확보 잰걸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비대면 수요 폭발과 AI·5G 등 첨단기술 확산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부터 포드·GM·토요타·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샤오미 등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을 구하지 못해 일부 모델을 단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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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확대…전문인력 확보전 가속 전망━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인텔,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5개사의 올해 설비투자는 사상 최대치인 952억달러(약 106조2400억원)로 지난해(743억달러)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자율주행·AI 반도체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전문인력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 2030'을 발표, 설비투자와 인력확보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반도체 부문 인력이 5만9117명으로 전년보다 8% 이상 늘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장비설비와 인재에 좌우되는 산업"이라며 "반도체가 국가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뿐 아니라 각국 정부 차원에서서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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