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 잇단 사망에 FT, "美 증시 상장에 먹구름"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1.03.09 22:39
서울 쿠팡 서초1캠프 모습./사진=뉴시스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앞둔 가운데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장기적인 지속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최근 쿠팡 노동자 8명이 과로로 사망한 것을 거론하며 "쿠팡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근로자의 부상과 사망으로 인해 정치적 압박과 경찰 조사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지난달까지 목숨을 잃은 쿠팡 노동자는 총 6명이다. 이중 4명은 택배 배송 중 혹은 쿠팡 물류센터 내에서 사망했다. 지난 주말에는 심야배송을 담당하던 택배 노동자와 배송직원을 관리하던 직원이 잇따라 숨졌다.

FT는 "노동자의 잇단 사망으로 쿠팡의 미 증시 상장에 먹구름이 끼었다"며 "이로 인해 투자 열기가 식지는 않겠지만 쿠팡의 장기적 지속성장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쿠팡은 오는 10일(현지 시간) 최종 공모가 산정을 앞두고 있으며, 이르면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상장 이후 500억달러(약 57조원)가 넘는 기업가치를 지닐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이 최근 몇 년새 최대 규모의 외국기업 IPO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FT는 쿠팡 직원을 인용해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했다. 직원들은 "근무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는데 상사가 문제제기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시간당 목표에 뒤처지면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목표치는 계속 늘어난다" "야간 배송 업무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다" "다음 날 동료가 나타나지 않아도 놀랍지 않다"고 증언했다.

특히 쿠팡이 지난해 4월 당일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을 때 배달 업무가 더욱 가중됐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쿠팡 덕평 창고에서 일하는 김모씨(53)는 "매일 이렇게 일하면 죽을까봐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FT는 "한국의 노동운동가들은 쿠팡의 가장 큰 혁신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사용해 직원들을 압박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 따르면 쿠팡은 미 증시 상장과 함께 배송직원과 비관리직 직원 등에게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보너스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보너스 지급 요건인 '2년 근무'를 채우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한다고 FT는 전했다.

베스트 클릭

  1. 1 "아이고 아버지! 이쑤시개 쓰면 안돼요"…치과의사의 경고
  2. 2 경매나온 홍록기 아파트, 낙찰돼도 '0원' 남아…매매가 19억
  3. 3 태국 보트 침몰 순간 "내리세요" 외친 한국인 알고보니…
  4. 4 민희진 "뉴진스, 7년 후 아티스트 되거나 시집 가거나…"
  5. 5 붕대 뒹구는 '강남 모녀 피살' 현장…"무서워 출근 못해" 주민 공포[르포]